고전 번역가

기원전 283년 조(趙)나라 혜문왕은 천하의 보물인 화씨의 구슬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 소식을 그 무렵 천하 강자인 진(秦)나라 소양왕이 듣고 곧 바로 조나라로 사신을 보냈다. “진(秦)나라의 성 15개를 줄 터이니 화씨의 구슬을 넘기시오!”

혜문왕은 고민스러웠다. 진나라의 요구를 거절하면 그것을 구실로 쳐들어올 것이 뻔한 이치였고, 그렇다고 요구대로 화씨의 구실을 넘겼다가 약속한 성을 받지 못하면 손해 볼 것 또한 뻔한 이치였다. 결국 신하들이 추천한 인상여(藺相如)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인상여는 소양왕에게 화씨의 구슬을 공손히 바쳤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화씨의 구슬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좌우의 대신들과 왕의 여인들이 이어 구경을 하게 되었다. 인상여가 한참을 기다려도 소양왕은 15개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도무지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인상여가 소양왕에게 아뢰었다.

“화씨의 구슬은 천하의 보물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흠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대왕께 그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고는 화씨의 구슬을 넘겨받았다. 인상여는 궁궐 기둥에 등을 기대고 노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여 말했다.

“우리 조나라는 대왕의 말을 신용으로 여겨 화씨의 구슬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약속한 것에 대해 일절 말이 없으시니 이는 조나라를 속인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만약 이 보물을 빼앗으려 한다면 저는 기둥에 이 보물을 던져 산산조각내고 말 것입니다.”

그러자 소양왕은 혹시라도 화씨의 구슬이 손상될까 염려되어 신하들에게 지도를 가져오게 하여 성 15개를 짚어 보이며 인상여를 달랬다. 그러나 인상여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도리어 꾀를 내어 말했다.

“화씨의 구슬은 천하에 둘도 없는 보물입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닷새 동안 목욕재계하고 성대한 의식을 올렸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도 닷새 동안 목욕재계하시고 성대한 의식을 올리겠다고 하시면 이 보물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소양왕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인상여를 숙소에 머물도록 했다. 하지만 그날 밤 인상여는 자신의 부하를 상인으로 분장시켜 몰래 화씨의 구슬을 숨겨 귀국하도록 했다. 닷새 후에 소양왕이 예를 갖추어 인상여를 접견했다. 인상여가 말했다.

“저는 대왕께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 여겨 화씨의 구슬을 몰래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15개의 성을 넘기신다면 분명히 화씨의 구슬을 바치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저를 죽이고자 하신다면 기꺼이 목을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천하 사람들이 모두 진나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여길 것입니다.”

소양왕은 이에 할 말이 없었다. 인상여를 잘 대접해서 돌려보내라 하였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있는 이야기이다.

완벽귀조(完璧歸趙)란 귀한 보물을 온전하게 가지고 조나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거나 일을 완벽하게 마친 경우에 주로 쓰이는 말이다. 남북의 왕래가 시작되자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외교 또한 활발해졌다. 나라를 대표하여 파견된 자는 항시 국민과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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