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봄은 우리의 젊은 기개를 보여준다. 새싹들이 웅크린 날개를 펴고 미세먼지를 부르는지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날들이다. 무심천변 하천 뚝방 위의 마른 흙 속에서 움츠려 있다가 쏘옥 돋아내고자 술렁이게 하는 묘한 힘이 벚꽃의 꽃망울을 터뜨리고자 용쓰고 있다.

잔잔히 흐르는 무심천변을 걷노라니 롤러스케이트 광장에서 나무 나누어 주는 행사를 한다. 푸른 숲 가꾸기 행사의 하나란다. 사람들이 모이도록 다스름 예술단원들이 빨강, 파랑, 노랑이 어우러진 예쁜 고깔을 쓰고 그 주변을 맴돌면서 꽹과리 북 장구 징을 들고 한판의 춤을 추고 있다. 이곳에 오는 시민에게 매실나무와 대추나무 감나무를 나누어주는 행사이다. 평상시와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도 나무를 받아 시골에 심을 생각으로 줄을 서서 기다려서 유실수인 매화나무를 공짜로 받았다.

지자체가 유실수를 주고 도시 주변에 심어 녹색지대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인 셈이다. 공짜가 아니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해달라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시골에 매화나무를 심고 따 먹을 생각하니 자못 흐뭇하다. 매화는 소나무처럼 사랑을 받아서 인지 매실이외에도 다른 나무에 비해 많은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날씨에 피어서 동매(冬梅), 눈 속에 피기에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유실수로서 사랑을 받는 매실(梅實) 아니 매화는 한그루의 나무를 두고 꽃을 강조하는 이름인 매화, 열매를 강조한 매실(梅實)을 동시에 부르니 꽃과 나무를 동시에 사랑하고 동시 사랑받는다는 의미이다. 추운겨울에 꽃을 만드는 이유가 열매를 맺는데 있다면 무엇보다 꽃이 추위와 바람에 견딜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세간에서 사랑받는다고나 할까? 매실은 여름에 익는다. 장마는 매실이 익을 무렵 시작하므로 이때의 장마를 매우(梅雨)라 했다. 매실이 익으면 많은 사람이 매실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간다. 필자도 한 여름 매실 축제를 하는 가덕에 가서 매화나무 열매를 사다가 매실주도 담그고 매실짱아치도 만들어 먹었던 기억, 서울 간송미술관 갔던 기억이 새롭다. 단원 특유의 주춤거리는 듯 출렁이는 필선과 선염으로 등걸과 마들가리를 그리고 그 위에 수줍은 꽃봉오리를 소담하게 베풀어놓은 김홍도의 ‘백매(白梅)’가 선하다. 조선시대에도 그러했듯이 청주시 무심천 주변의 매화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몇 백 년 지나와도 꽃눈을 만들어 꽃 피우는 매화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리라 믿는다.

어찌했던 원산지가 중국 사천(四川)이라지만 조만간 전라남도 광양시의 매화 소식 즉 매신(梅信) 에 매화의 물결이 넘실거림을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선비들이 매화나무를 좋아한 이유는 아마도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하얀 꽃과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향기 즉 매향(梅香)일 듯 싶다. 매화 나눔의 행사는 그의 취지에 맞게 도시주변을 녹색을 살리면서 은은한 향기가 나도록 각 가정의 식목행사를 가져야 한다. 가져간 나무들을 잘 심어보자. 나무(木)를 죽지 않도록 똑바로(直) 세워 보자. 식목(植木) 지금의 철이 적기이다.

매화나무 나눔의 행사도 매화가 품고 있는 본래 뜻에 부합하게, 어려움을 딛고 꽃을 피우는 그의 과정 속에서와 같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는 보람찬 미래를 위해 인생의 꽃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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