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옛날 우리나라 여성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 한다’고 사회활동은 엄두도 못 내었다. 집에만 갇혀 순종만하는 착한 존재로 가사와 육아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어머니로서의 생애보다 남성중심의 부가장적 가정의 희생양이 됐다. 이러한 남존여비(男尊女卑),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봉건적 질곡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능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렇기에 현대사회를 여성시대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21세기 정보화 시대는 창의, 감성, 유연성을 우선시하게 됐다. 여성에게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풍부한 부드러움과 공감능력이 있기에 소프트파워가 빛을 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으로는 우리나라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많아 졌다는 이유다.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이 80.5%(2012년)나 되어 세계 OECD회원국 중 최고라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미투(MeToo)운동으로 여성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여성시대가 아직도 남존여비시대로 착각하는 유명인사를 규탄하는 것이다, 전근대적 성폭력, 남성중심의 성문화 퇴행에 목숨 걸고 터져 나오는 미투 운동이다. 유명 시인, 영화감독, 정치인, 도덕적임을 자처하는 종교인까지 견고한 명성이 하루아침에 추풍낙엽처럼 되는 것을 보니 사회 각 분야에서 권력관계로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의 억눌렸던 외침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해온 잘못된 남성중심의 성문화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권력기관인 검찰 내 서지현 여검사의 폭로가 도화선이었지만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일 것 같다.

그동안 유명인사가 외쳐 온 정의, 자유, 평등, 예술, 헌신이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를 깨닫게 하는 울부짖음이 노도(怒濤)와도 같았다. 나도 당했다(MeToo)는 폭로가 계속 되어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유명인사의 명성에 파렴치한 상처를 주는데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이 미투운동 대책으로 처벌을 크게 강화한다 고 한다. 하지만 폭로대상에는 합법과 불법선상에서 증거불충분한 일이 많아 폭로한 여성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부끄러워 말 못하고, 두려워 폭로 못하는 힘없는 피해여성은 수없이 많으리라본다. 이들을 위해 성폭력상담소가 더 많이 설치 되어 피해여성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싶다. 이참에 미투 운동에 힘을 실어 성추행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 미투운동의 근본은 우리사회가 남성중심으로 살아왔기에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올바르지 못한 점이 문제가 아닐까. 시대는 여성시대로 가고 있는데 권위와 힘을 믿고 아직도 구시대적 여성관을 버리지 못한데서 오는 것이다. 성 평등사회로 가기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더 나은 미래 선진사회가 된다는 희망을 걸고 미투운동이 인간존중의 사회로 가는 좋은 성 평등 문화의 각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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