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그리스의 철학자 ‘히포크라데스’가 한 말이다. 이 짧은 생을 미분(微分)해본다면 찰나(刹那)의 순간(瞬間)만이 기억에 남고 아름다움은 그 순간 속에 예술의 멋진 감각으로 존재한다. 순간(瞬間)이란 눈 한번 깜박하는 시간이요, 순식간(瞬息間)은 숨 한번 쉬는 극히 짧은 시간이다. 빙상위에서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선수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 찰나의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지난 2월 10일 개막한 평창 동계 올림픽 500m 스피드 스케이트에서 이상화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3연패를 목표로 뛰었으나 일본 고다이라 나오에 0.39초의 차로 은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그 영광스러운 찰라의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을까. 경기가 끝나자 복받치는 설움에 눈물을 쏟아냈다.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와 우정 어린 위로의 모습을 보는 관중들의 마음에 흐뭇한 감동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동메달을 딴 체코 선수와는 0.01초차이었다. 그 찰라의 순간을 판단하기 위해 심판도 매 경기마다 비디오 판정을 할 만큼 초박빙의 경기가 계속됐다.

또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은 3분20초55로 은메달리스트보다 무려 1.63초를 앞서 관중들의 화제가 됐다. 그 기록이 4게임의 평균이니까 한 게임당 0.4초가 빨랐다는 이야기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메달의 색이 달라지고 그 찰나를 위해 눈물나는 훈련에 땀 흘리는 선수들의 시련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특히 컬링경기에서 일본과의 연장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명승부에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아시아에서 처음 은메달을 딴 쾌거에 놀라워했다.

찰(刹那)! 불교에서 나오는 말이다. 0.013초에 해당하는 1찰나에 인생에 모든 것이 생(生)과 멸(滅)이 되풀이되는 우주의 법이다. 그래서 인생의 삶이란 꿈같고 거품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다고 했다.(如夢,幻泡影如露亦如電,應作如是觀-금강경) 인간의 삶이 그 만큼 덧없고 허무한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고나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1초의 순간은 먼지 같고 모래 알 같지만 초고속으로 달리는 빙상선수들에게는 찰나의 한순간에 명운을 건다. 명심보감 근학 편에 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이란 명언처럼 한평생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지만 가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어찌 그리 세월이 빠른지 꿈같고 번개 같았다. 1초에도 승패가 뒤바뀌는 빙상을 질주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인생의 삶에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평창 올림픽은 17일간의 열정만큼이나 성공한 올림픽이었다.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을 했지만 북한의 응원단, 예술단 선전선동에 관심이 높았고 북·미간의 비핵화를 위한 평화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며 올림픽 이후의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고 폐막하는 성화가 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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