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한신(韓信)은 처음에 항우의 휘하에서 일반 병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항우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자 결별하고 한나라 유방의 편으로 돌아섰다. 유방이 자신을 알아보고 대장군으로 세우자 비로써 한신이 천하에 뜻을 펼치게 되었다. 이는 이제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새로운 병법과 전략을 써서 강력한 항우의 초나라 군대를 차례로 패배시켰다. 마침내 항우를 물리쳐 유방이 천하통일을 이루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우는 역할을 하였다.

어느 날 한신이 제(齊)나라를 공격하였다. 제나라 왕은 두려워 황급히 고밀 지역으로 달아났다. 그런 가운데 초나라 항우에게 구원병을 요청했다. 그러자 항우는 자신의 부장인 용저(龍且) 장군과 20만 대군을 구원병으로 보냈다. 용저 장군이 한신을 우습게 여겨 바로 공격하려고 하였다. 그때 부하 중 하나가 나서서 말했다.

“한신의 군대는 멀리서 왔으니 속히 있는 힘을 다해 싸울 겁니다. 그 기세는 날카로워 쉽게 꺾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제나라와 초나라 연합군은 자기 땅에서 싸우기 때문에 쉽게 흩어질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싸움은 전술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성벽을 높이 쌓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신이 오면서 점령한 성마다 제나라 왕이 신임하는 신하를 보내 초나라 군대가 도우러 왔다고 하면 모두 한나라를 배신할 것입니다. 한나라 군대는 2천 리나 떨어진 곳에서 왔습니다. 제나라의 모든 성이 배신하면 식량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항복하고 물러갈 것입니다.”

이에 용저 장군이 말했다.

“내가 제나라를 구원하러 와서 싸우지 않는다면 이게 어찌 장군의 임무겠는가? 내가 한신을 잘 안다. 그는 상대하기 쉬운 놈이다. 지금 나가서 싸우면 분명히 이긴다. 이기면 제나라의 절반은 나의 것이 된다. 그러니 어찌 그만두겠는가?”

결국 용저는 싸우기로 하고 유수 지역에서 한신과 대치하였다. 그날 밤 한신은 병사들에게 큰 주머니를 만 개 정도 만들라고 했다. 거기에 모래를 가득 담아 유수 상류를 막게 했다. 그리고 군대를 이끌고 유수를 반쯤 건너가서 용저를 공격하다가 지는 척하고 돌아서 달아났다. 그걸 보고 용저가 말했다.

“한신 이놈아! 나는 네 놈이 원래 겁쟁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고는 용저가 군대를 이끌고 한신을 뒤쫓았다. 유수를 다 건널 무렵, 도망치던 한신이 상류의 모래주머니를 터뜨리라 명령했다. 갑자기 물이 쏟아져 내렸다. 용저의 군사들은 대부분 수장되었고 살아 돌아간 군사가 절반도 못되었다. 초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친 한신의 병법은 천길 계곡에 모아 두었던 물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손자병법을 응용한 것이다. 이는 ‘사기열전’에 있는 이야기이다.

우지상기(愚知相欺)란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가 서로 경쟁한단 뜻이다. 당연한 결과를 놓고 애써 다투는 무식한 사람이란 의미로 주로 쓰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작금의 일부 정치인들은 수준이 너무도 떨어진다. 도대체 그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번 지방 선거는 정말이지 제대로 된 사람이, 국민의 수준에 맞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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