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일기예보가 잘 들어맞지 않는 이유는 지나온 과거의 정보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매년 같은 날 날씨가가 반복되는 일은 없다. 자연은 살아 있으므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렇다면 정보를 많이 모았을 경우에는 어떤가? 여전히 개개의 정보가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정리하여 늘어놓고, 거기에 경험이나 교육을 통해 배양한 지혜를 적용하여 어떤 관점을 부여할 경우 지식이라 불리는 것으로 변모한다. 이를테면 현지 조사에 의한 동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그 동물의 습성을 추출했을 경우, 그 동물에 관한 지식이 생겨나게 된다. 지식이란 수많은 정보를 추상화하거나 가공하여 거기에서 유기적이고 의미 있는 관련성을 도출해 낸 새로운 형태이다. 이러한 확고한 지식은 유용하다. 유용하기 때문에 팔린다. 이 지식을 다시 가공하면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이 계속 만들어진다. 과학의 발달 구조는 이러한 지식의 무한 생산이다.

지혜는 기존 지식의 조합에서 생겨나기도 하고,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발상의 비약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종이접기나 종이비행기는 그러한 지혜의 산물이다. 머리만으로 생겨난 게 아니다. 지혜는 또한 이미 있는 것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나 용도에 적용할 수 있게 돕는다. 이를테면 원래는 군사용 통신망이었던 인터넷이 우리 주변에는 지혜의 산물이다.

지혜가 작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의 강도에 따라 좌우된다.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의지가 약한 처리만 원한다면 재판처럼 전례를 답습하는 정도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그만큼 강한 의지를 요구한다. 논리의 수법이 수평적이라면 지혜는 입체적인 파악과 이해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기도 하다. 회화의 사실적 수법밖에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뇬의 처녀’가 이상한 그림 방식처럼 보이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런데 그 논리에 지혜가 결부되면 논리는 비상하고 만다. 고대 때부터 이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의 각지에 남아 있는 용의 전설이나 모티브를 보면 알 수 있다. 용은 뱀의 몸통과 새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뱀이란 논리가 자아낸 지식의 메타포이다. 옛날 사람들은 땅을 기는 뱀의 모습을 보며 뱀을 착실하게 논리를 진행해 나가는 것에 비유했다. 뱀은 ‘성서’에서는 이브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는 의학 지식의 심벌로 여겨졌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의료 설비와 구급의 마크로 사용될 정도로 특별한 가치를 담고 있다. 그 뱀에 날개가 달리면 용이 된다. 날개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땅만 기지 않고 얻든 높이 비상할 수 있다. 이는 관점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지혜의 특징을 의미한다. 용의 모습은 지식과 지혜가 합체되었을 때의 메타포이다. 용이 이상하리만치 강한 존재인 까닭은 그것이 자유자재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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