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2월은 흐르는 물결위에 놓인 징검다리인가, 빙하의 추운겨울이지만 언젠가 따뜻한 봄을 잉태하고 슬픔과 고통을 넘어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목이다.

2월 4일은 입춘(立春)!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절기다. 한해의 운이 길(吉)하여 경사가 가득하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어 예부터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 대문 또는 기둥에 방(傍) 을 붙이기도 했다. 좀 더 큰 뜻을 담는다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써 붙이기도 한다. 모두가 우리들의 가족과 이웃, 나라사랑의 꿈을 담은 2월의 기도(祈禱)가 아닐까.

2월 9일에는 세계가 모두 함께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90여 나라가 참여했고 전통과 정보기술이 어우러진 개회식이었다. 여기에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을 했다. 연일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하는 짜릿한 도전이주는 감동의 평창은 세계인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우리가 평창올림픽을 유치할 때를 돌이켜보면 독일 뮌휀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11년에 걸친 실패의 아픔을 딛고 주민의 열망이 녹아들어 지금의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된 것이다. 갈등을 빚어온 북, 미와 주변 강대국 지도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대화와 협상을 통한 의미 있는 평화 올림픽이 되기를 기도한다.

2월 16일은 우리민족의 대 명절인 설날! 연휴기간이었다. 유년시절 설날에는 연을 띄워 액운을 날려 보내고, 마을 앞 논에 물을 실어 얼음 빙판을 만들고 썰매를 탔다. 평소에 먹지 못한 떡, 과일,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에 설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때때옷을 입고 이웃 어른께 세배를 올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늙어 내 머리 파뿌리가 된 지금, 무술년 새해가 되도 어쩐지 불안한 느낌뿐이다. 북쪽에서 예술단 응원단이 오고 고위급 특사 등 손님이 찾아왔다갔지만 비둘기가 날아 온 것은 아니다. 비둘기 날갯짓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올림픽 정신에 힘입어 이 땅의 진정한 평화와 안녕을 기도한다.

삶은 한겨울의 한파처럼 결코 매서운 것만은 아니다. 2월은 형설(螢雪)의 공을 쌓아 교문을 나서는 졸업식 시즌이다. 거친 세상 문 열고 첫걸음 출발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옵소서. 계속되는 한파에 울상이 된 화훼농가에도, 2월의 햇살에 희망을 걸고 황금빛 함박웃음 짓고 향기로운 꽃처럼 봄을 기다리며 피어나게 하소서.

최근 10년간 가장 추운 2월이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한반도에서 쉬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삶이 누구에겐 칼바람이 되고 누구에겐 뭉게구름 같으니 그 틈새를 빠져나와 평화의 희망을 갖게 하소서. 무술(戊戌)년 2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낙망치 않고 새로 끼울 용기 속에 재도전해 남은 11개의 단추를 바라보게 하소서. 언덕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피고 지는 꽃처럼 새로움으로 2월의 꽃! 프리지아 향기로움 속에 올림픽축제에 태극기 휘날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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