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는 등 변화가 없자 이를 국가 재난에 비유하면서 예산이나 재원에 구애받지 말고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여기에 과거 정권 시절의 일이지만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의 채용비리가 찬물을 부어버렸다.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 발표를 보면 전체 1천190개 공공기관·지방 공공기관·기타 공직 유관단체 중 과거 5년간 채용 이력이 있는 946개 기관·단체의 채용과정 전반을 특별점검했고, 총 4천788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은 점검대상 275개 기관 중 93%인 257개 기관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한다. 공공기관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는 비리 종합세트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을 보면 유력 정치인, 임직원 친인척 등의 청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정성평가인 면접 점수를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에서부터 서류 조작, 공문서위조, 자의적 순위 조정, 채용기준 변경 등 모든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정부는 채용비리 혐의가 확인된 것과 신고센터에 접수된 의심사례에 대하여 수사 의뢰하고, 중대한 과실·착오 등으로 채용비리 개연성이 있는 255건에 대해서는 각 기관에 징계를 요구하고, 2천414건은 주의 경고조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사 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직원 189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된 공공기관 현직 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 절차에 착수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발표 어느 곳에서도 청탁해 채용 비리를 유발한 유력 정치인이나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하여는 밝히지도 않고,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이야기도 없다. 을의 지위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의 담당자만 처벌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채용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일자리를 선거라는 전쟁에서 획득한 전리품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캠프나 인수위원회 참여자에게는 장관부터 중앙 공공기관장을 능력과 무관하게 전리품을 나누어 주고, 도지사나 시장은 전리품인 해당 지역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선거를 도와준 자기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이들을 이용해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관행이 채용 비리를 만연시켰다.

지금과 같이 부정청탁·지시를 한 사람은 묻어두고, 그것을 위해서 순위와 서류조작을 한 사람만 처벌하는 문화 속에서는 채용을 전리품처럼 나누어 주는 정실주의나 엽관제를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힘과 권력을 가지고 청탁하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통제 없이는 민주주의의 기회균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개천에서 용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이 흘리는 좌절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