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사전을 보면 특이점은 ‘특별히 다른점’을 의미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 물리학에서 특이점은 빅뱅, 블랙홀, 빅크런치와 관련되어 있다. 빅뱅은 우주 탄생의 근원이 되는 대규모의 폭발 사건이다. 우주의 초기에는 한 점으로부터 출발해 모든 것이 생성됐는데, 이 작은 점을 특이점이라 한다.

태양보다 훨씬 큰 별들이 죽게 되면 허공에 하나의 검은 구멍을 남겨놓는다. 시공간이 너무 심하게 구부러져 빛조차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힌 신세가 되는데, 내부에는 모든 것이 모여 물질의 밀도가 무한대인 한 개의 점이 존재하게 된다. 이 점을 특이점이라 한다.

빅크런치는 빅뱅이 거꾸로 진행되는 과정과 비숫하다. 우주는 대폭발 속에 존재를 나타냈듯이 대압축 속에 소멸될 것이다. 빅크런치는 우주가 도달할 수 있는 종말 중의 하나로서 공간이 스스로 수축되어 하나의 점으로 붕괴한다. 다시 말해 빅크런치는 아무 것도 남겨지지 않는 완벽한 소멸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하나의 특이점만이 남을 것이다. 특이점 상태에서는 모든 존재가 중력의 무한히 파괴적인 힘에 굴복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우주의 산파 역할을 했던 중력이 우주의 장의사로 돌변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기술에서 특이점은 기계가 매우 영리해져서 지구에서 인류대신 주인 노릇을 하게 되는 어느 시점을 가르킨다. 1993년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소설 작가인 버너 빈지는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 포스트휴면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인간을 초월하는 기계가 출현하는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명명했다. 빈지는 생명공학 기술, 신경공학, 정보기술의 발달로 2030년 이전에 특이점을 지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이점은 인류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특이점은 언제 나타날 것이며 그때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컴퓨터 전문가는 2030년 전후에 지능 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진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로봇공학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은 ‘로봇’에서 2050년 이후 지구의 주인은 인류에서 로봇으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로봇이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게 될 것이므로 일종의 자식이라는 의미에서 마음의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영국의 로봇공학자인 케빈 위릭 역시 ‘로봇의 행진’에서 21세기 지구의 주인은 로봇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위릭은 2050년 기계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져서 인류의 삶은 기계에 의해 통제되고 기계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든지 로봇공학의 발달로 사람보다 영리한 기계가 출현하게 될 미래사회에서 사람과 기계가 맺게 될 사회적 관계는 세가지 중의 하나일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충직한 심부름꾼 노릇을 하거나, ‘매트릭스’에서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아니면 인간과 로봇이 서로 돕고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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