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대회 3대 0 완파
韓 사상 첫 메이저대회 8강 진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세계랭킹 14위)라는 산을 넘은 정현(22·한국체대·세계랭킹 58위)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에서 조코비치를 3-0(7-6<7-4> 7-5 7-6<7-3>)으로 물리쳤다.

지난해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조코비치가 아직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정현의 승리는 이번 대회 대이변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했다.

2년 전 처음 나선 호주오픈 본선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 0-3(3-6 2-6 4-6)으로 완패했던 정현은 2년 만에 만난 우상에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다.

한국 선수가 테니스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 것은 정현이 최초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 이덕희(65·은퇴),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 단식 이형택의 16강이다.

자신의 어릴적 우상을 꺾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은 경기 직후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큰절을 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직후 메인코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현은 “어떻게 조코비치를 이겼는지 모르겠다. 그저 기쁘다. 내가 오늘 이길 수 있을지 진짜 상상도 못했다. 조코비치와 다시 경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히며 한껏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가 ‘코트 끝에서 엄청난 각의 앵글샷을 만들어낸 것이 조코비치가 아닌 당신이었다’고 말하자 정현은 “조코비치는 나의 어릴 적 우상이었다. 어릴 때 조코비치의 앵글샷을 따라해보려고 했다”며 웃었다.

정현은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3-0으로 앞서다가 3-3으로 따라잡힌 장면을 떠올리면서는 “그 때까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있었기 때문에 3세트를 내줘도 4, 5세트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조코비치보다 어리기 때문에 2시간 더 경기할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한국말로 소감을 밝힐 기회도 얻은 정현은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수요일에 4강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계속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정현은 “이런 큰 대회에서 롤모델로 삼았던 선수와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조코비치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승리해서 더 값진 경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은 “오늘 승리로 인해 한국에서 테니스 붐이 더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 많은 꿈 중 하나가 이뤄진 날”이라고 전했다.

‘언제 승리를 확신했냐’는 말에 정현은 “마지막 포인트를 딸 때”라며 끝까지 방심을 늦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큰절 세리머니’에 대해 묻자 정현은 “저를 도와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팀이 있었다. 또 우리 가족이 다 모여 있었다”며 “우리 집 막내인데도 외국에 나가있고, 막내처럼 행동을 하지 못한다. 평소 잘 표현하지 못하는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큰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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