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공원이나 등산로에 나가보면 반려견을 동반하고 운동 나온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귀엽고 예쁘다. 간혹 송아지만한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있다. 무섭고 위압감을 느낀다. 동물은 사람과 달라 돌발적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다. 온 천지가 얼어붙고 내린 눈이 쌓여 운동 나온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낙엽 떨군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나뭇잎 숫자 정도로 한적하다. 하얀 눈 위에 개 발자국만이 어지럽게 수놓고 있다. 사람의 발자국은 없는 것으로 보아 유기견들의 발자국이 틀림없다.

나는 집에서 반려견 키우는 것을 싫어했다. 냄새, 배변문제, 날리는 털, 또 반려견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게 싫기 때문이다. 집을 비우고 여행을 떠날 때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데리고 갈 수도 없다.

얼마 전 막내딸이 키우던 애완견을 데리고 내려왔다. 겨울이 되자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집에다 데려다 놓고 갔다. 겨울동안만 맡아주면 봄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싫었지만 막내딸의 부탁이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기르지 못할 것을 시작은 왜 했는지. 생각 없이 시작하고 관리하기 어려워지니 몰래 내다 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배변 문제는 정해진 장소에서만 처리한다. 그러나 거실이고 방이고 다 헤집고 다니며 물고 뜯고 찢고 집안 전체가 아수라장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천방지축이다. 주의도 주고 달래도 보았지만 소용없다.

그렇다고 모든 면이 싫은 것만은 아니다. 간혹 재롱을 피우고 재주를 부릴 때는 너무 귀엽다. 놀잇감을 물고와 밀당도 한다. 그렇게 함께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간다.

생활에 불편을 준다하여 길거리에 버려지는 유기견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견도 생명체다. 누군가는 돌보아 주어야 하는데 처참히 버려진다. 책임감의 결여다. 끝을 보지 않으려면 시작을 말았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움으로 시작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반려견 사육도 육아대책처럼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으로 옮겨야 하겠다.

이제는 나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도 사랑하는 것을 배워야겠다. 마음에 드는 것만 사랑하며 살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데려와 살다보면 정이 들지 않을까. 정이 들면 좋아지겠지. 좋아지다 보면 사랑으로 바뀌겠지. 아니 바꿔야지.

그렇게 얼마가 지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정이 들었나보다. 떼어놓고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날뛴다. 너무 귀엽고 안쓰럽다. 일을 보면서도 생각이 난다. 잘 있는지 걱정도 된다. 보고 싶다. 정이 들었다는 얘기다. 깊은 정을 주면 안 되는데 겨울 지나고 새봄이 오면 헤어져야 하는데. 어느새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니 이미 사랑하고 있나보다. 사랑받고 살아야할 반려견이 유기견으로 전락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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