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청주시에서는 동아시아의 중요한 문화 자산인 젓가락 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하기 위한 방안을 2017년 8월에 일본 교토에서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의 전문가들이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8월 젓가락연구소의 개소와 11월에는 청주연초제조창 및 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해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청주시가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 다음으로 중요시하게 여기는 문화콘텐츠가 젓가락 이벤트이다. 특히 젓가락 소재 중 하나인 산초나무는 충북지역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초정약수의 초(椒)를 상징하며, 각종 문헌에 화초(花椒:분디)를 비롯해 시대에 따라 20여 종의 다른 이름으로 혼동되게 사용하고 있다.

산초나무는 우리나라 최초의 월령체가(月令體歌)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12월령가에 ‘십이월 분디남가로 갓곤 아으 나잘 반앳 져다호라 니  알패 드러 얼이노니 소니 가재다 므라잡노이다 아으 동동다리(분디나무로 깎은 아아, 임께 드릴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입에 뭅니다)’라고 처음 등장한다.

그리고 황해도에서는 고려 때의 이름인 분지나무라 하며, 최근에는 일본에서 통용해 쓰는 산초로 쓰고 있다. 중국 명(明)나라 때의 본초학자(本草學者) 이시진(李時珍)이 엮은 약학서(藥學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산초의 씨가 윤기 있는 검은 색으로 사람의 눈동자와 같다해 초목(椒目)이라고도 했다.

최근 청주에서는 이 분디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문화상품으로 발굴해서 호평을 얻고 있다. 또한 젓가락과 관련해 ‘직지’ 하권 복주(福州) 와룡산(臥龍山) 안국원(安國院) 혜구(慧球) 적조(寂照) 선사편 ‘선문염송 제1211칙 죽반(粥飯)’에 젓가락과 관련된 공안이 전하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혜구선사께서 설법하시기를 “내가 요즈음 죽이나 밥을 먹는 힘으로 형제(大衆)들을 위하여 이끌어 주어야 하는데, 끝까지 도의 수행을 도와 줄 수 없다. 만약 요점을 빨리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세상이 그대를 도와서 깨닫게 해 줄 것이므로, 그 도를 늘 수행한다면 또한 능히 완전해 질 수 있다. 만일 관음보살의 문으로 들어온다면 온갖 좋고 나쁜 소리와 하루살이, 모기, 지렁이 같은 것들이 그대를 위해 깨달음을 도울 것이요. 만일 보현보살의 문으로 들어온다면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도 다가올 것이다. 나는 이 세 가지 문의 방법 수단을 그대(大衆)에게 제시하고자 하니 마치 부러진 젓가락 하나로 큰 바닷물을 휘저어 고기와 용들로 하여금 물이 저들의 생명임을 알게 하는 것과 같음을 알겠는가? 만약에 지혜의 눈으로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면 그대(大衆)들 마음대로 백만가지 교묘한 지혜를 다 짜낸다 해도 완전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하셨다(이세열 역, 직지. 158페이지)       

여기서 말하는 젓가락 하나로 바다를 휘젓는다는 일저교해(一箸攪海)는 혜구선사가 인용한 팔만사천법문의 방편(方便)이 나무 젓가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무 젓가락이 없으면 휘저어줄 수 없지만 물은 늘 존재한다. 이는 인간이 진리에 대해 고민함에 한정된 사람이나 책속의 법문에서만 생명의 실상을 찾으려 하지 말고 늘 변함없는 산하대지(山河大地:세상)에서 마음을 열어보라는 뜻으로 선종(禪宗)의 간화선(看話禪)을 강조한 것이다.

또 금속활자를 주조하거나 균자장(均字匠)이 판에 배열할 활자를 집을 때 젓가락 사용한 것과 같이 청주는 젓가락 문화와 인연이 많은 도시이다. 생명 문화도시 청주의 아이덴티티(Identity) 직지와 초정약수, 젓가락 콘텐츠를 모티브(Motive)로 해 더욱 빛낼 수 있는 특화문화자원으로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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