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요즘 목욕탕을 가보면 “비상구가 어디 있어요”하고 주인에게 묻는 손님이 많다. 나도 극장을 찾거나 대형식당, 공연장을 찾게 되면 만일 화재가 난다면 어디로 빠져 나갈까 하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이것이 안전에 대한 지나친 과민반응일까, 아니면 안전 불감증에서 오는 잠재의식일까.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여자목욕탕에서 출입문이 폐쇄되고 비상구를 막아놓아 여자만 20명이 참사를 당한 참혹한 사실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모든 시설에 안전을 믿지 못하는 불신을 하게 될 것이다. 며칠전 서울시가 여자목욕탕만 1천여 곳을 현장 검증 했다. 그 결과 30%가 비상구가 없거나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 하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관리 감독자, 건물주 모두 안전 불감증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안전 불감증이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위험에 대한 큰 느낌을 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안전 불감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안전에 대한 기본 상식이 부족하거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나하나 쯤은 지키지 않아도 될 거야’, ‘첨단 과학문명시대라 걱정 안 해도 될 거야’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나만을 위한 이기주의 발상이며 법을 지키지 않는 나쁜 습관이다

수년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때 촬영한 동영상에서 녹음된 방송은 “객실이 더 안전하니 안으로 들어가 대피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기다리면 구하러 올 것이라고 믿은 순진한 학생들만 최악의 참사를 당한 것이다.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억장이 무너지는 분노를 느낀다.

포항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재난안전문자 메시지가 관계가 먼 지역까지 신속히 날아오고 풍수해 등 긴박한 재난 발생 시 즉각 재난경고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을 보면 전과는 많이 개선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9명이 안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산다는 조사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심한 것이 교통사고에 대한 것이 40.3%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북핵 공포이고 풍수해 순으로 조사됐다. 며칠전 TV에 소방차고 앞에도, 지하소화전까지 버젓이 주차해놓은 보도를 보았다. 또 며칠전 강원도 양구 최전방 장병 20여명이 20m 언덕에서 굴러 다쳤다는데 모두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중상자가 많았다는 보도를 듣고 교통안전 불감증은 군에서도 여전한 것인가.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은 잘못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사고가 일어나면 그 상처가 아물지도 못한 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안전 불감증! 법과 제도가 부실한 탓일까, 감시점검관리가 부실한 탓일까. 아무리 법과 제도를 치밀하게 잘 만든다 해도 나하나 쯤은 안 지켜도 된다는 국민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다. 안전을 지켜 사고를 예방하려면 힘 있는 자부터, 지도층인사부터, 어른들부터 모두가 기본을 지켜서 따라하는 행동주의 생활철학을 강조하고 싶다. 작은 일이라도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솔선수범을 하는 국민의식의 변화가 그 해결의 근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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