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희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2017년 한해 우리의 일상의 모습은 어땠을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 같은 생활 속에서, 작년이 올해 같고 내년에 뭔가 달라질게 있을지 기대도 없는 나날을 보내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사는 인생 속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건 가족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부모님들은 어느 틈엔가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가득 새기고 있다.

‘49일의 레시피’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가족들이 49일 동안 어떻게 치유하는지 따뜻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남은 가족들을 위한 세상에 둘도 없는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의 죽음, 그 누군가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라면 그 슬픔이란 것이 치유가 되는지 의문이었다. 장례식은 슬픈 장례식이지 기쁜 장례식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 내 인생의 발자취가 어떠했는지가 기쁜 장례식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가족들은 엄마가 남긴 요리 레시피, 청소 레시피의 도움을 받아 엄마 없이도 집안일을 척척 해내게 된다. 또한 엄마가 죽은 뒤 49일이 되는 49재에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이 가득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연회를 준비하면서 엄마의 일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웃으면서 엄마와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간다.

엄마의 연회는 맛있는 음식들, 즐거운 음악, 춤추는 사람들, 엄마의 일생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연대표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며 미소 짓고 있는 많은 사람들로 따뜻하게 치러진다.

엄마의 유쾌한 연회를 상상해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기쁘게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것 같아 나 스스로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된 느낌이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레시피를 써두는 건 어떨까? 그리고 내 삶은 어떤 레시피로 채워질까? 궁금해졌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손에 움켜쥐고 있을 때는 그것이 소중한지를 알지 못한다. 갑자기 잃고 난 후에야 그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고 슬퍼한다. 그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했는지를 뼈저리게 알고 후회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내 인생의 연대표에 빈칸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연대표를 총 천연색으로 알록달록 채우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유독 따뜻함을 느낀 이유는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모의 사랑이 절절이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아내는 것이 지치고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갓 퍼낸 밥 한 공기처럼 따뜻한 책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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