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 충남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

연말이 되면 잦은 술자리로 인해 40~50세 중년층의 간은 고통받는다. 과도한 음주가 간암 발생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만성 간염에서 발생한다.

간암은 암 질환 국내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만성 B형, C형 바이러스 간염은 간암 발생 원인의 약 85%가량 차지하고 있다. 그 외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병의 원인이다. 간염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40~50대 중년 남성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매년 4~8%의 환자에서 새로이 간암이 발생한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리고 있을 만큼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간질환의 조기 발견이 어렵다. 황달, 복수, 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미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울 수가 있다.

예방 백신이 개발되어 미리 예방이 가능한 A형, 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의 경우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사실상 예방이 어렵다. C형 간염은 주로 수혈, 수술, 주사기, 침, 문신이나 피어싱 시술 등의 비경구 경로를 통해 감염되며, 국내 유병률은 1% 미만이지만 감염되면 자연 회복보다는 만성화될 확률이 높다. 만성 C형 간염 환자 중 30%는 10-20년 이내에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증상이 악화되며 특히 음주를 많이 하는 남자, 다른 간염이 동반되어 있는 환자에서 진행가능성이 높아 관리가 필요하다.

급성 C형 간염은 피로감, 식욕저하, 구역, 구토 등의 전형적인 초기 증상이 경미해 환자 스스로가 질환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기존 국가 검진 항목에 C형 간염이 포함 되어 있지 않아 아직 발견하지 못한 C형 간염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C형 간염에 대한 위험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C형 간염 진료 환자가 많은 전국 35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만 40세와 만 66세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대상자들에게 국가 검진을 통한 C형 간염 검진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올해 6월부터 C형 간염에 대한 감시 체계를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로 전환하면서 C형 간염을 진단한 의료기관은 모두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등 C형 간염에 대한 적극적인 질병 관리에 나섰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리와 함께 최근 C형 간염의 치료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어 완치를 가능하게 하는 경구 치료제들이 개발됐고,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게 됨에 따라 C형 간염 환자들의 치료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대부분 12주의 복용으로 과거보다 치료기간이 짧아졌고, 부작용도 아주 경미해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이로 인해 C형 간염은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이루어지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12월은 한 해를 돌아보며 마무리 하는 시기인 만큼 만약 아직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통해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해보고, 생활 속에서 간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여 건강한 간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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