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불감증이란 ‘감각이 둔하거나 익숙해져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을 의미한다. 의학에서는 불감증이 중요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안전에 불감증을 합친 안전 불감증은 나는 안전해 위험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의미한다. 안전불감증이 세월호와 최근 낚싯배 침몰을 가져왔다.

북한 미사일 개발이 가속되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자 하와이 주는 지난 7월에 북한 핵 공격 대비 비상대피 훈련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최근에 대피훈련을 했다. 훈련은 핵 공격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면 주민은 실내로 몸을 피하고 방사능에 대비하는 요령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와이 주 당국은 TV를 통해 핵 공격 대피 요령을 방영했고, 주민들이 준수해야 할 지침을 SNS로 전파하고 있다. 이들 지침에 의하면 2주치 물과 음식, 의약품, 라디오 등을 준비하라는 비상행동 요령도 명시돼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집에 물과 라면, 없어진 라디오를 비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1983년 이웅평 대위가 MiG 19기를 몰고 내려왔을 때 라면, 우유, 밀가루 등의 사재기가 사회문제가 됐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나고, 북한의 핵무장이 가시화되고, 미국이 연일 선제공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어도 물과 라면을 사재기하지는 않고 있다. 이를 보고 외국인들은 한국민은 전쟁 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한다. 중요 국가들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으로 평창 올림픽 참여에 한마디씩 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전쟁 불안증이라고 한다. 어떠한 진단이 올바른지는 자신의 처지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전쟁 불감증으로 우리 국민은 전쟁을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하고, 핵전쟁 시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민감한 사람만이 생존 배낭을 구매·비치할 뿐, 국가적 차원에서 핵전쟁에 대한 전 국민 훈련은 없다.

북한에서 4천500마일 되는 하와이는 북핵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데, 청와대는 “현재 북핵 공격을 대비한 대피 훈련 등 고려 없다”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한이 핵 무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과 북한이 전쟁하더라도 남한은 안전할 것이고, 북한과 전쟁에서 우리가 군사적 우위에 있다는 가정이 있다. 이러한 가정은 안전 불감증과 같이 전쟁 불감증을 가져온다.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는 핵전쟁에 대비한 행동 요령의 전파와 훈련이 전쟁 불안을 가중해서 사회를 어지럽히고, 대북 대화에 부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무기의 현대화와 군사력 강화와 함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 전 국민의 준비와 훈련은 그 자체가 전쟁을 억제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 전쟁 불감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고치기 위한 합리적 처방을 내려서 고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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