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호 칼럼] 고인 물 그룹
[신청호 칼럼] 고인 물 그룹
  • 충청매일
  • 승인 2017.12.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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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12월 자원봉사의 날 전 후 기회가 돼 노인요양병원에 다녀왔다. 병마와 싸우며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노인들을 보며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인생은 자기 스스로 써온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이다. 앞으로 희극이 되던 비극이 되던 아니면 해피엔드로 끝나던 미소를 지으며 내가 쓴 각본대로 남은 제2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서울서 사는 자식이 방문차 들러 하는 말 ‘조직에는 고인물 그룹이 많아 새로운 물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예전의 관습으로 자리만 지키고 도전하기를 꺼리며 장벽을 치는 기득권층의 고인물’이라고 하였다. 조만간 기득권 층이 노인그룹이 된다. 앞으로는 고인 물 그룹이 판치는 정체된 사회이고  진취적이지 못한 사회가 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저출산,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까지 가세하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인구구조는 변화 속도가 느리며 그 영향도 간접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영향을 미친다. 이제 베이비 붐 세대가 점차 고령화돼 고인물 그룹에 새물을 부어야 활력이 생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인물이 잘 빠지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는 구조변화가 있어야 한다.

고인물이 한꺼번에 다 빠지면 고갈되니 새로운 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물갈이를 서서히 해나가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물이 늘어나지 않는 인구절벽 현상에 국가가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 된다. 인기 영합에 편승하는 정치꾼 들과 관료들 그리고 이기심에 극치를 달리고 있는 소수 엘리트 국민들 정말로 혜안으로 바라보고 반성해야 할 때다.

인터넷에 떠도는 고인물 그룹 ‘소위 노인들의 삶’을 지칭해 ‘노선(老仙), 노학(老鶴), 노동(老童), 노옹(老翁), 노광(老狂), 노고(老孤), 노궁(老窮), 노추(老醜)’라 불린다. 나는 과연 고인물 그룹 중에서 어느 그룹에 속할까? 젊은 세대에게 피해주지 않고 서서히 물러나는 고인물 그룹이 돼야 할 텐데.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산천경계를 유람하며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작품들을 펴내는 그룹, 아니면 평생교육원이나 노인대학 등을 다니며 서예나 컴퓨터를 배우고 여성 학우들과 어울려 보내는 그룹, 집에서 손주들이나 봐주고 텅 빈 집이나 지켜주며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장기를 두기도 하고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갖는 그룹,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 불구하고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룹, 아내를 잃었거나 있어도 잃은 것과 마찬가지로 외로운 삶을 보내는 그룹, 집을 나와 갈 곳이라곤 공원 광장뿐이고 며느리 눈치 살아가는 그룹,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그룹 등을 열거할 수 있다.

과연 어느 그룹에 속하며 제2의 여생을 보내야 하나? 고인물 그룹이 아니라, 정작 흐르는 새물이 되기 위해 젊은이를 생각하는 제2선에서, 열정과 정열을 갖고 육신이 문드러지는 날까지 젊은이들의 기를 살리며 노인자신의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그룹이 돼야 한다고 감히 말한다.

아들아! 고인물에 프랑크톤이 많아 고기도 살고 있다. 썩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재능을 아낌없이 주면서 보람을 찾는 제2의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 나이를 먹는 기술이란 ‘무엇인가에 희망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서서히 흐르는 새물과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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