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수 청주동부소방서장

江南有丹橘(강남유단귤) 經冬猶綠林(경동유녹림) 豈伊地氣暖(개이지기난) 自有歲寒心(자유세한심)

강남 귤나무, 겨울 지나 다시 푸르네. 그게 어찌 봄만의 덕이랴, 추위 이겨낸 나무의 마음이지.

당나라의 재상 장구령은 겨울을 이겨낸 푸른 귤나무의 모습을 보며, 그것이 단순히 봄이 왔기 때문이 아니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려는 나무의 마음과 의지 덕분이라고 표현했다. 겨울은 그 추위뿐만 아니라, 화재에 있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할 혹독한 시기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여, 전체 화재사고의 32.2%가 동절기(11~2월)에 집중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가 실천 의지를 갖고 화재를 앞장서서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적절한 준비 갖춰 초동 대처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화재 예방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고 습관화함으로써 쉽게 해낼 수 있다. 우리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하루에 한번 전열기구 전원을 살피자. 겨울철 화재에 취약한 전열기구로는, 대표적으로 전기장판이 있다. 전원이 오랜 시간 켜져 있어 열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이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외출 시에는 전원을 끄고, 플러그를 뽑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시에도 과부하로 인한 화재에 유의해야 한다. 가급적 동시에 사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하며, 빈 콘센트에 쌓인 먼지도 마른 수건이나 먼지떨이로 한 번씩 닦아주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혹 여러 전열기기를 한꺼번에 사용하다보면 멀티 탭에 또 다른 멀티 탭을 연결해 쓰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화재발생 위험을 높이는 일이다. 멀티 탭의 전력사용량 한계를 인지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소화기 및 소화전 사용법을 익히고, 한달에 한번이라도 소화기를 들었다가 놓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가정 및 점포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모두가 당황하는 화재 발생 상황에서, 바로 소화기나 소화전을 찾아 초동 대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를 익혀 두어야 한다. 또한 이는 한달에 한번 들었다 놓음으로써, 소화기 안 소화약제가 굳거나 가라앉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소화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 감지기 및 소화기를 갖추며, 비상구의 위치를 잘 살펴두자. 화재는 불시에 발생하며, 때문에 이러한 화재상황을 신속히 인지하고 유사 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비상구 주변의 불필요한 적치물을 제거함으로써, 비상상황 발생 시 원활한 대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간단한 실천 방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습관화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큰 힘을 발휘한다. 작은 눈발이 어느새 바닥을 하얗게 덮듯, 한 명 한 명의 조그마한 실천이 안전한 겨울을 만들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방서에서는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각종 화재예방 분위기 조성과 예방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화재를 비롯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는 항상 우리 곁에 있음을 인지하고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화재예방에 힘쓴다면, 스스로 추위를 이겨낸 봄날의 푸른 귤나무처럼 우리도 안전한 겨울을 보내고 만물이 생장하는 봄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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