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계약’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집을 사는 일에서처럼 혹은 사업의 과정에서 큰 이윤이 예상되는 일에서든 말입니다. 실무를 다루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원래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계약서에 담겨있는 경우입니다. 자연스럽게 왜 그런 문구를 두었는지 묻게 되면, 충분히 검토해보지 않았다거나 그런 의미를 기재한 것이 아니라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등의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결국은 경솔하게 계약서에 서명 날인을 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계약서 즉 처분문서에 대해서 법원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처분문서의 효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수많은 판례에서 일관되게,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즉 당사자의 내심이 어떠했든, 당시 협의의 내용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든, 심지어는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처분문서’에 기재된 내용을 당사자들이 의도했던 계약의 내용이라고 전제하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법적안정성의 관점에서 기재내용대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처분문서의 작성의 과정에서 왜 그러한 경솔함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그 작성의 과정에서 처분문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및 프로다운 자세가 결여되어 발생하는 것이라 보입니다. 법을 따지기 보다는 사람사이의 신뢰를 중시했고 설마 구두로 합의한 내용을 어기겠느냐는 안이한 태도, 꼬치꼬치 따지게 되면 융통성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계약서의 작성의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를 생략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신뢰가 법적 분쟁이 되고, 계약서라는 중요한 처분문서의 해석에 의한 판단이 내려지면서 패소자가 심각한 손실을 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신뢰관계까지 완전히 파탄 나는 다수의 사례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모두 부질없는 신뢰를 우선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비록 계약의 당시에는 당사자 간의 계약의 내용이 명확하게 담긴 문서를 작성하면서 약간의 진통이 생길 수는 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계약당시의 내용이 명확하고도 정확하게 담긴 계약서가 존재하면서 분쟁이 올바르게 해결될 뿐만 아니라 사전적으로 분쟁이 예방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필요한 것 아닐까요? 저는 그것을 프로다운 계약의 태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적절하고도 당사자의 구체적 협의 및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법률전문가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계약서가 작성되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더 이상 본래의 의도와 계약서의 조항의 불일치로 고통 받는 의뢰인들이 생기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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