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우리나라가 놓인 지구의 한 지점은 참으로 절묘한 곳입니다. 23.5도가 기운 자전축 때문에 지구에는 사계절이 생기는데, 그 계절의 변화가 바닷가의 경계선에서 가장 명확하게 맞물리는 곳에 우리나라가 놓여있습니다. 대륙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4계절이 분명히 드러나는 곳은 오직 우리나라뿐입니다. 이 얼마나 절묘한 공간배치입니까?

이런 곳은 문물이 교차하는 통로 구실을 합니다. 그래서 외침이 많죠.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고달픈 환경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능력에 따른 것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세계사를 이끄는 주역이 될 수 있지만, 힘이 없을 때는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대체로 우리나라는 동네북 신세가 많았습니다.

이런 위치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세계대전이 두 차례나 일어납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이 그것입니다. 한국전쟁이 세계대전이라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유엔의 결의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참전을 했으니까요. 그것은 소련이나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명실 공히 세계대전의 성격을 완전히 갖춘 전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은 언뜻 보면 왜군이 소란을 피웠다는 정도의 상황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왜란이라고 붙였겠죠.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임진왜란은 당시 동북아시아의 운명을 결정짓는 대단한 전쟁이었습니다. 무려 7년간 조선 일본 명 세 나라의 군대가 뒤엉켜서 흙먼지가 뽀얗게 일도록 싸워댄 전쟁이 바로 이 전쟁입니다. 조총의 위력이 첫 선을 보인 것이 이 전쟁이고, 왜군의 조총에 맞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전술이 절강병술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전쟁이고, 일본의 정권 교체를 불러온 전쟁이고, 조선의 모든 것을 바꾼 전쟁이었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우리는 국사 시간에 잠시 배우는 정도로 그치고 말죠. 실제로 임진왜란에 대해서 좀 알아보려고 하면 자료가 없습니다. 없다기보다는 친절한 안내서가 없습니다. 대부분 역사 교과서 류의 딱딱한 연구서만 있을 뿐입니다. 임진왜란은 정말 중요한 사건인데도 그것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펼친 소설이 별로 없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임진왜란의 실상을 바로 눈앞에서 보듯이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직접 참전한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가장 실감 나겠지요? 그런 책이 있을까요?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 이 책입니다. 이 책을 지은 유성룡은 임진왜란 기간 동안 재상으로 있으면서 임진왜란의 전쟁을 직접 지휘한 인물입니다. 그러니 그의 글은 실감나면서도 정확성이 높아서 임진왜란 연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쌉니다. 문고판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값싸면서도 내용이 좋은,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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