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정책결정자의 근시안적 사고를 든다.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은 자기의 임기 5년 또는 4년의 시관을 가지고 정책을 생각한다. 많은 공공정책이 효과를 보고 정착을 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지역 축제가 자리매김해 전국의 축제가 되기까지 최소 10년은 지나야 한다. 그러나 많은 정책이 단기적 사고로 추진되고 단기에 효과를 보고자 한다. 또한, 지난 정권이나 지난 자치단체장의 정책은 무조건 버린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 법칙을 알아서인지 ‘십년공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 십년공부를 해서도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인데 4~5년으로 정책을 마무리하니 정책이 성공할 리가 없다.

산속에 있는 사람은 산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똑같은 논리로 바둑이나 장기판의 가장 고수는 구경꾼이다. 그것은 바둑을 두는 사람은 산속에 있어서 산의 전체 형세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교훈이나 어린아이를 상대로 했던 마시멜로 실험에서 듣고 있다.

1867년 제정 러시아의 영토였던 알래스카를 미국의 국무장관 윌리엄 슈워드가 300㎡당 우리 돈으로 2원도 안 되게 구매했을 때 쓸모없는 땅을 거금을 주고 샀다고 커다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보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외교업적이 되었다.

사람들이 배를 탔을 때 멀미를 하는 이유는 가까운 파도를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 하늘이나 산을 보면 멀미를 덜 하게 된다.

또한, 성공에 대한 자기계발서를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목표 및 비전을 가질 것을 이야기한다. 주식투자에서도 투기보다는 투자를 권한다.

그러나 유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정책이 단기적으로 추진되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투자한 시설이 문을 닫고, 공짜와 선심성 정책으로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대학 입시제도는 정권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있다. MB 정권의 녹색성장은 사라지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적폐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지방 정책이 10년을 넘어서 정착되기도 전에 정치적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정책이 사라지니 정책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고, 평가가 없으니 정책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다. 배우는 것이 없다 보니 장기판의 훈수만도 못한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새로운 정권의 첫 번째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내년 예산 심의로 바쁘다. 정권을 얻은 여당이나 정권을 잃은 야당이나 지방의회 의원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이 원하지 않고 수요가 없는 정책을 밝혀서 필요한 곳에 재배분하는 하는 것이다. 조삼모사가 아닌 꼭 필요한 곳에 그리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곳에 국민의 땀의 산물인 예산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보수와 진보의 싸움에 앞서서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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