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갈대밭 억새길 따라

▲ 갈대잎으로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다.
▲ 프로그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가 개관을 한지 첫돌을 맞았다. 소박하게나마 개관1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했고, 메인 이벤트로 지난 1년 동안의 주요활동을 소개하는 ‘활동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좋은 사진들은 미리미리 추려 놓았어야 했는데…. 수만개가 넘는 방대한 양의 사진파일 속에서 내용도 중요하고 이미지도 좋은 파일들을 뽑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담당자별로 1차 선택, 활동 내용별 주제를 정한 뒤 2차 선택, 400개내로 압축하는 최종 선택을 거쳤다. 선택된 사진에 설명글을 넣어 편집을 하고 출력을 한 후 표지에 붙인 뒤 주제별로 분류하여 벽면 전시대에 부착하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사진파일이 많은 걸 보니 1년 동안 많은 일을 했구나 싶다. 이중 ‘자연아 놀자’ 사진은 에코콤플렉스의 건립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콘텐츠임이 확실했다. 24절기에 걸맞는 가족프로그램답게 다양한 배경과 내용을 담은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이 참 많다.

지난 주말 생명문화체험마당 ‘자연아 놀자’ 13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제는 ‘갈대밭 억새길 따라’, 완전 가을소풍 콘셉트였다. 추석연휴에 한차례 쉬었으니 한달 만이다. 장소는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수부 일대이다. 까치내라 불리는 이곳은 오래 전부터 청주 학생들이 소풍으로 찾아오던 곳이었다. 전해들은 얘기에 의하면 이 일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들르던 주막거리와 나무줄기와 풀로 엮어 만든 섶다리 같은 것들이 있었고 지금보다는 모래톱이 훨씬 넓게 드러나 있었다 한다.

갈대와 억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향토전문가 정영권 선생은 어려서부터 이 동네에 살면서 버드나무와 갈대로 풀피리를 만들어 불던 추억이야기를 전해 준다. 이번 프로그램은 무심천 하류 왼쪽 호안 풀밭을 따라 미호강 합수부까지 걸으며 가을에 어울리는 7가지 생태체험을 하는 것이다.

에코가족들이 모두 모이자 김은선 처장이 행사일정을 소개하고 모둠편성을 마친다. 나는 인사말을 통해 작천보의 수문이 열려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접근할 수 없었던 하중도와 합수부의 호안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식적 프로그램으로는 아마도 첫 번째 시도되는 야생탐험이 될 수 있다. 모둠 인솔은 에코리더 박수현, 전숙자, 최계선 선생님이 맡았다.

둔치를 걸으며 시작한 첫 번째 체험은 갈대와 억새 구분하기다. 가을의 대표하는 닮은 풀꽃이다. 하지만 꽃은 억새가 희고 가지런하다. 갈대는 갈색이고 흐트러져 있다. 억새는 잎의 가운데 흰색의 맥이 있고 가장자리는 손을 벨 정도로 날카롭다. 갈대는 가운데 잎맥이 없으며 가장자리가 덜 날카롭다. 갈대가 덜 예쁘니, 억새가 더 억세니 하며 차이점에도 점점 익숙해진다.

두 번째 체험은 들꽃화관 인증샷이다. 에코리더 선생님들이 미국쑥부쟁이로 미리 만들어 놓았다. 모두가 자연모델이 된다. 세 번째는 도꼬마리로 찜하기다. 도꼬마리 열매를 따서 원하는 사람에게 던져서 붙이는 것이다. 나는 엄마가 좋아서 10개를 찜 했어요. 대추씨 모양의 열매에 갈고리모양의 가시가 빼곡히 붙어 있어 옷에 잘 붙는다. 어른들은 한번쯤 도꼬마리 붙이기 놀이를 해 봤을 것이다.

이제 호안을 지나 강 바닥으로 내려간다. 아무도 와 보지 않았을 것 같은 드넓은 야생의 세상이다. 꾸둑꾸둑 굳어 있는 뻘과 자갈과 모래밭이 섞여있다.

네 번째 체험은 갈잎배 만들어 띄우기다. 갈대잎 하나를 따서 두 번을 접고 양 끝을 찢어 엮으면 멋진 나룻배의 모양이 된다. 물이 빠진 무심천 하류부에는 암반이 노출되어 있는 곳도 있고 사이로 졸졸졸 가는 물줄기가 흐르기도 한다. 무심천에 갈잎배를 띄우면 곧 미호강으로, 나아가 금강을 지나 서해로 갈 수 있다. 단, 수중보가 다 열려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발자국 다섯 가지 그리기다. 합수부의 뻘밭에는 동물들의 흔적이 온통 가득하다. 너구리, 수달, 고라니 등 동물 발자국과 왜가리, 오리 등 새들의 발자국이 곳곳에 널려있다. 누군가에게 잡혀먹은 꿩의 깃털도 널부러져 있고 뱀도 나타났다가 스멀스멀 풀숲으로 사라진다.

여섯 번째 체험은 흰뺨 살펴보기다. 흰뺨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흰뺨검둥오리의 뺨이다. 까치내 일대는 철새들의 서식지다. 벌써부터 겨울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황오리도 보인다. 흰빰검둥오리 일부 녀석들은 텃새 노릇을 하기도 한다.

일곱 번째 마지막 체험은 자갈로 글씨쓰기다. 엄마, 아빠, 아이들 모두 하중도 주변의 하얀 자갈을 주워 합수부의 짙은 뻘밭에 무심♡미호를 그린다. 소중한 추억에 대한 보답이다.

자갈글씨 뒤에 다함께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프로그램을 마친다.

오늘의 다짐인사는 ‘무심천아 반가워~, 미호강아 사랑해~’다. 무심천과 미호강이 맑고 깨끗한 추억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훌쩍 떠나오는 것이 아쉬운지, 몇몇 가족들은 좀 더 남아서 갈대잎으로 바람개비를 만든다.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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