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단풍이 유난하게 더 붉고 자태를 빛내는 해가 있는 데 올해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모처럼 가을 단풍 산을 보러 간 사람에게는 과거와 비교하기보다 단풍 그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매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회의 국정 감사가 시작하기 전 요란한 것에 비해 올 단풍처럼 볼거리를 많이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감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많은 애를 쓰고는 있지만, 노력만큼 빛나지 못한듯하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은 국정감사의 대상이 각각 여야가 집권당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이 집안싸움과 통합론으로 시끌시끌해지면서 국정감사가 제 기능을 할지 더욱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국정감사는 정부에 대한 입법부 통제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고, 국정 감사 결과를 내년도 예산 심의에 반영하여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사업을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이 교과서적 기능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정감사는 정쟁의 장이고, 개인을 홍보하는 장이며, 국회의원이 자기 몫을 챙기기 마당이 되고 있다. 이렇게 왜곡되면 국정 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휴일과 저녁이 있는 삶을 반납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허탈감은 커진다. 그 허탈감이 무언가 다른 단풍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비슷한 듯하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통제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 공개가 선행되어야 하는 데 정책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통제하는 사람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데 친인척과 정치적으로 임명되고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이를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정부를 감사해야 할 국회 상임위원회가 관련 관료조직 및 이익집단과 철의 삼각(iron triangle)을 구축해 자기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국정감사의 한계로 논의된다.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의 여당 의원들은 감시보다 정부의 방패가 되고 하위정부 체제가 되면 국회의 정부에 대한 통제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비록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권력을 가진 정당이고, 그 권력을 거의 15여년 만에 다시 가지다 보니 지금 자신들이 수행하여야 할 통제활동보다 하위정부의 통치 권력에 취하여 있는 듯하다. 국정감사가 의원님 목에 힘주고 자기 몫을 챙기는 장이라고 하더라도 가끔은 국민이 알고 싶거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권이 바뀌어 처음 하는 국정감사다. 그 국정감사가 과거와 같이 특정 인사 감싸고, 국회의원 PR의 장이 되고, 여당과 장관이 한몸이 되어 국민의 소리를 막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시급하게 없어져야 할 적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