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경 청주옥산도서관 사서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어른 중에 내가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어린아이로 있을 것만 같던 내가 점차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두려운 걸까. 아니면 순진하고 열정 넘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부러워서일까. 늘 어린아이로 머물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어릴 적, 스무 살이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다.

미래가 명확해지고 인생이 단단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모든 어른들이 모두 인생에서 당당하고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릴 적 길거리를 지나가던 어른들의 나이가 된 지금,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벌써 어른이 된 건지… 자연스럽게 볼멘소리가 따라 나온다.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와 같은 서툰 어른들을 위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친구, 죽음, 삶까지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하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8가지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첫 번째 질문.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이다. 저자는 고령 출산으로 인해 몸이 약해진 어머니를 대신해 언니가 보호자로서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 주었다. 하지만 언니의 대학진학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고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과 외로움, 또 사춘기의 우울한 나날들 속에서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먼저 생각하게 된 순간, 처음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한다.

철부지처럼 엉엉 울며 떼쓰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던 시기를 지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객관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모두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지만 사회가 기대하는 현재의 모습에 부응하기 위해 ‘어른’이라는 겉모습을 썼을 뿐.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어린아이가 이따금씩 뛰쳐나와 마구잡이로 어리광을 피우거나 심술을 부릴 때가 있다.

어른스럽게 행동한다는 것. 어른스러워 진다는 것.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세상이 만들어낸 익숙해진 습관 같은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순간 어른과 어린아이의 경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추어 어린아이를 인정해나가는 것. 이 어린아이를 보듬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 그렇게 매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기를…. 자기 자신으로서의 모습을 완성시켜 나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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