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찬 음성경찰서 혁신파출소 순경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들판의 곡식들이 나날이 익어가는 보폭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에도 숨 쉬기 좋은 여유를 선물하는 것 같아 가을은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계절인 것 같다.

하늘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순찰을 하면서도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면 내 마음도 더불어 환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문득, 경찰관으로 막 입문한 나 자신도 가을 하늘처럼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치고 힘들 때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존재라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경찰에 입문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지난 2015년 3월 27일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형식적으로만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법률을 제정하고 헌법소원을 거쳐 합헌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더 깨끗해져야 하는 절박함을 있었을 것이다. 법률이 제정되기 전후로 농축산어민들과 이 법의 여파를 걱정하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하지만 경찰이 국민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듯 우리 사회는 반칙 없이 청렴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부모나 지인의 영향력 또는 부의 많고 적음이나 배경이 어떤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믿고 따라야 할 가치를 설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통의 가치관이 없다면 국민을 하나의 힘으로 뭉치게 할 수 도 없을뿐더러 국가 발전의 동력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어떤 커다란 계기에 의해 갑자기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각자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소한 것부터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내기 경찰인 내가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공직 사회가 믿음을 져 버렸을 때 국민들의 실망감과 좌절감은 우리 사회에 더 깊은 상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 같은 작은 호의가 결국은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끄러지기 쉬운 경사이론(Slipperly slope Theory)’이 있다. 경찰 공무원인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경찰 조직 전체 및 공직사회 전반의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해 본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즈음에 국민들의 바람을 명심하고, 청렴한 경찰로서 가을 하늘 같은 존재로 인식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