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혜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대부분 사람들은 까칠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까칠한 사람은 보통 부정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며,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어 다른 사람들과 공감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칠한 게 매력인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이 책, ‘오베라는 남자’에서 그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오베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마시고 그 누구도 부탁하지 않은 동네 시찰을 하며 제 손으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젊은 사람들을 얼간이라 비난하는 할아버지이다. 자동차는 사브만을 몰아야 하며,(BMW, 아우디를 모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원칙을 꼭 지키며 살아가는 고집불통이다.

그렇게 매일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그에게 균열이 생겼다. 40년의 세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던 회사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흑백으로 가득 찬 자신의 세상에서 유일한 색이었던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다.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그는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자살준비과정도 오베스럽다. 자신이 죽은 뒤에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와 집을 더럽힐까봐 바닥에 비닐을 깔고, 전기세가 나갈까봐 전기를 차단하고, 신문 구독을 끊었다. 묏자리도 자신의 아내 옆으로 계산까지 끝내놓고 운구비용도 현금으로 준비해놓았다. 그가 생각하는 어른스럽게 모든 일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놓았다. 그러나 그의 자살은 쉽지가 않다.

새로 이사 온 패트릭과 파르바네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오베에게 부탁하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고, 오베와 37년 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옆집 루네가 강제로 요양소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그의 아내 아니타는 자신의 남편이 요양소에 끌려가지 않게 도와달라고 한다. 거기에 자신의 집 근처에 돌아다니는 동네 길고양이와의 원치 않던 동거까지. 이웃들은 각양각색의 사건들로 오베의 자살을 방해한다. 어쩌다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오베의 자살 계획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오베는 자신이 지켜야할 이웃들을 위해 살아가게 된다.

‘오베라는 남자’의 시작은 블로그 글이었다. 저자 프래드릭 배크만이 블로그에 오베에 대한 글을 쓰다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나중에는 ‘오베라는 남자’를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왜 까칠하고 사회성 없고 고집쟁이 원칙주의자인 오베에게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오베는 지킬 것이 무엇인지 알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일러바치지 않아 자신이 도둑으로 몰려도 끝까지 말하지 않는 남자. 자신이 쓰러져도 거주자 지역에 차가 들어오면 안 되니 앰뷸런스를 못 들어오게 하는 철저한 원칙주의자. 무뚝뚝하고 까칠하지만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남자가 오베였다. 그러니 책을 읽다보면 오베에게 빠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개성 넘치는 주변이웃과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자살이라는 흔한 소재로 시작된 이 책을 결코 흔하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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