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 이야기] 고질병
[죽전 이야기] 고질병
  • 충청매일
  • 승인 2017.09.21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영철 아동문학가

한여름이 지났다고 방심한 것이 화근이다. 며칠 전부터 엉덩이가 따끔거려 집에 있는 연고를 발라 우선 임시처방을 했다. 그리고 ‘병원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바쁜 일로 잠시 잊었다. 문제는 밤에 터졌다. 자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가려워 긁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엉덩이 여기저기에 붉은 발진이 있다. 하필 그 날이 일요일이라 병원을 갈수도 없고, 연고도 다 발라 빈 통만 남아 있었다. 저녁이 되자 엉덩이가 따갑고 아프기 시작해 거울을 보니 엉덩이 전체가 발갛다.

아내는 우선 화기를 빼야 한다며 얼음주머니로 엉덩이를 차갑게 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가려움증은 많이 완화가 됐으나 통증은 여전했다. 침대에 엉덩이를 위로한 채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본 아내는 한마디 한다. “당신도 참, 애들도 아니고 기미가 보이면 얼른 병원에 다녀와야지 병을 키워 이 고생을 하는지… 이래서 남자들은 평생 어린애라니까.” 

대학교 때 절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아무리 시원한 산속이라고 해도 한여름 더위를 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신 계곡물에 몸을 담가 보지만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에 땀띠가 났다. 그 때만해도 땀띠 정도는 시원해지면 들어간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루는 엉덩이가 땀에 물러 내의에 피가 묻어나왔다. 절에서 내려와 시내버스를 타고 약국에 갔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엉덩이를 본 약사가 연고를 발라주었다. 병이 초기라 그런지 바로 가라앉았다. 

대학 졸업 후 금융기관에 근무하게 됐다. 최적의 근무 조건으로 인해 땀띠로 걱정한 적은 없다. 가끔 엉덩이가 가려우면 그 때마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면 금방 가라앉았다. 그런데 퇴직을 하던 그 해 여름, 30여 년 전의 땀띠가 재현된 것이다. 피부과 의사 선생님 말이 심상치 않다. “큰 병은 아니나, 바로 완치가 되는 병도 아닙니다. 엉덩이에 곰팡이가 산다고 보시면 되는데 이 놈을 싹 없애기는 쉽지 않습니다. 늘 엉덩이를 시원하게 하시고 가려운 증세가 보이면 바로 연고를 바르시면 됩니다.”

고질병은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숨이 나온다. 한국인의 고질병이 또 도졌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때부터 시작 된 붕당정치를 현대에도 그대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당을 나누고 당에서는 또 계파로 나누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정권 쟁탈전을 벌이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집권세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할 야당들이 본연의 임무는 뒤로한 채 오로지 계파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집권당도 똑같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끼리끼리 문화’를 위해 총력을 기우리고 있어 자꾸만 인사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 같다. 고질병을 지금 당장은 고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서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