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윤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내과2

의지와 무관하게 머리, 몸체, 팔다리 등이 떨리는 운동 증상을 한의학적으로는 ‘진전(振顫)’이라 명명했다. 가벼운 경우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대인 관계를 기피하며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진전의 양상에 따른 구분을 먼저 살펴보면, 크게 운동시 진전(action tremor)과 안정시 진전(resting tremor)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운동시 진전은 자발적으로 근육을 움직일 때 근육의 수축과 함께 발생하는 떨림이다. 이것은 다시 중력에 대항하여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자세성 진전(postural tremor), 자발적 운동시에 발생하는 활동성 진전(kinetic tremor), 그리고 활동성 진전의 아형으로서 목표물에 가까워질수록 진전이 심해지는 의도 진전(intention tremor)으로 구분된다. 안정시 진전(resting tremor)는 안정 상태이거나, 중력에 대해 완전히 지지되고 있는 신체 부위에 떨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진전은 다양한 질환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데, 그 유발원인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심리적 긴장부터 심각한 신경계 질환까지 매우 다양하다. 생리적 진전은 모든 사람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떨림의 폭은 작고, 속도는 빠른 양상으로 운동시와 안정시에 발생하나 특별한 증상으로 인식되지는 않을 정도이다. 이것은 걱정, 스트레스, 카페인 등의 특정한 약물, 대사 상태에 따라 심화될 수 있다.

병리적 원인에 의한 진전 중에는 본태성 진전(essential tremor)이 가장 흔하며 유병률은 0.4~6%로 보고되어 있다. 이것은 운동시 진전 증상을 보이는데, 특히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손목과 손의 떨림이 주로 나타나며, 머리, 다리, 목소리에도 떨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본태성 진전은 다른 신경학적 이상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여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종종 사회생활의 장애를 야기하며, 직업을 바꾸거나 조기에 은퇴하게 하는 등의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파킨슨 진전(parkinsonian tremor)은 안정시 진전이 두드러지며, 떨림의 횟수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으로 공을 회전시키는 듯한 모양의 떨림을 보인다. 안정시 진전과 함께 서동증, 경직 및 자세 불안정 등 파킨슨증의 특징적인 임상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소뇌성 진전(cerebellar tremor)은 느린 형태의 의도 진전 또는 자세성 진전이 특징적인데, 다발성 경화증, 뇌졸중 및 종양 등의 뇌신경계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정신성 진전(psychogenic tremor)은 양상이 다양하나 대체적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자발적으로 좋아지기도 하며, 떨림의 양상이 일정하지 않고 변화가 많다.

이 외에도 근육긴장이상(dystonia), 윌슨병(wilson disease) 등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 중에도 진전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으며, 약물 및 대사 상태의 이상으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몸의 떨림이 발생한 경우에는 발병 시기와 양상, 다른 의학적 상태 및 치료 내용에 대한 자세한 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한의학 의가들은 영양의 부족, 큰 병 이후의 회복 부전, 심리적 스트레스 및 중풍을 비롯한 타 질환으로 인한 진전이 있음을 언급하고 이에 따라 달리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본태성 진전, 정신성 진전, 파킨슨병에 의한 진전, 소뇌성 진전 등에 대한 한의 임상연구가 보고되어 있다.

진전은 정신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될 수 있기에 스트레스를 줄이고 카페인, 술을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성적인 경우에는 떨림에 적응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인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가벼운 사회생활을 유지하며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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