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전시품목서 제외

‘다산(茶山) 정약용 십자가(사진)’의 바티칸행이 불발됐다.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바티칸 박물관에서 다음달9일~11월 17일 여는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특별기획전 출품목록에서 제외됐다.

한국 천주교 유물 202점과 함께 소개될 예정이던 십자가다. 지난 8일 서울대교구는 “다산이 지녔던 것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 있는 그의 묘에서 발굴돼 4대 후손이 기증했다”고 알렸다.

그러자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의문을 제기했다. “집안에서 다산의 묘소를 통해 십자가를 발견한 적이 있느냐고 다산의 7대 종손에게 물었더니, 다산의 묘소는 처음 장례를 치른 뒤 지금까지 이장이나 파묘가 없어 내용물을 확인한 바가 없다면서 어떻게 십자가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만약 다산의 묘소에서 십자가가 나왔다면 다산은 분명히 천주교 신자였음을 증명하게 되고, 학계에서 결론이 났던대로 한 때 신자였으나 의례문제와 국금(國禁)으로 진즉 천주교를 떠났다는 학설이 뒤집히는 대사건으로 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설혹 신자였더라도 다산은 순교자는 아닌데 왜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에 보관돼 있을까. 다산이 신자로서 살았느냐, 신자에서 떠났느냐는 다산학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서울대교구는 이 십자가를 전시품목에서 빼기에 이르렀다.

정약용(1762~1836)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다. 서울대교구는 다산(세례명 요한)은 천주교 신자라고 확인한다. “1818년 유배지 강진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의 배교를 크게 반성하고 자주 대재를 지켰으며 고신극기(古身克己)의 생활을 하면서 묵상과 기도로 살아갔다고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는 전하고 있다. 또한 다산은 이 시기에 ‘조선복음전래사’를 저술했고, 이 글은 다블뤼 신부가 ‘한국천주교회사’를 저술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할 때 입수돼 초기 교회사를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로 이용된 바 있다. 다산은 유방제 신부에게 종부성사를 받고 선종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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