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 이야기]구화지문(口禍之門)
[죽전 이야기]구화지문(口禍之門)
  • 충청매일
  • 승인 2017.07.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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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철 아동문학가

퇴직이 일 년여 남아 있을 때다. 직원 한 사람이 계속해서 자기 마음대로 업무처리를 했다. 한두 번 주의를 주었으나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퇴직이 임박하니 세상에서 말하는 ‘권력 누수 현상 때문인가’해 그 직원에 대해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그 직원을 별도로 불렀다. 그리고는 차를 한잔 마시며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나 그 직원은 묵묵부답이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나 꾹 참고 이리달래고 저리달래도 보았다. 결국 그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갔다.

나는 아침 간부 회의시간마다 그 직원을 대해야 했고 그때마다 가슴에서는 화가 치밀고 머리에서는 “저 인간은 보기도 싫으니 눈빛도 주지 마”라는 명령이 계속해서 내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나와 그 직원과 관계이므로 되도록 직원들에게 편안한 얼굴을 하려고 노력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에는 분명 불쾌한 감정이 그대로 나타났으리라.

“아니 책상 앞에 미음이라는 글자는 왜 써 놓으셨어요?” 하루는 김 차장이 결재를 받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으응 미음이 아니라 한자로 입구자요. 구화지문(口禍之門)을 간단하게 입구 자만 써 놓았소. 김 차장도 눈치를 채겠지만 내가 요사이 마음이 불편하오. 그래서 혹시 직원들에게 말을 함부로 할까 봐 나 자신을 경계하는 뜻으로 써 놓은 거요.”

요사이 지방언론이 야단법석이다. 청주지역을 강타한 폭우피해도 피해지만 도의원 한 사람의 언행으로 인해 지역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처지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집단행동하는 설치류에 비유한 것은 너무 과했다고 본다. 이제 와 그 말을 쓸어서 담을 수도 없고, 변명과 반성을 한다고 한들 이미 던져진 말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작년도에는 교육부 한 간부가 ‘99%의 민중은 개, 돼지로’ 표현해 한 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모 국회의원이 학교 조리사를 ‘밥하는 아줌마’로 비하하는 말을 해 관련되는 단체로부터 거세게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모두가 말이 원인이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말했으면 좋으련만….

구화지문(口禍之門)은 당나라 말기 풍도라는 분의 시에서 나오는 말로 ‘입은 재앙의 문이라는 것이다’. 즉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오기도 하고 입으로 들어가기도 하므로 항상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자녀에게 평생의 가시가 되는 경우도 있고, 상관이 직원에게 화가 나서 한 말이 둘 사이를 원수로 만들기도 한다. 환갑을 넘어선 지금도 언행에 부담이 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아직도 몸과 마음을 제대로 닦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만이 아니다. 혹 지금까지의 내 언행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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