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며칠 전에 미국 시애틀을 경유해 알래스카 행정 중심지 주노에 다녀왔다. 배에서 스쳐 지나가는 삼림의 모습이라든지 수평선 따라 움직이는 구름의 모습 모두를 담고자 했다. 시차가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깨어지긴 했지만 새로움을 만나는 선상의 문화 및 이색적인 풍경을 접하면서 지내다보니 어느새 한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 돌아오자 접한 첫 소식이 ‘청주시에 물 폭탄을 맞아서 도로는 말할 것 없고 도로 옆 지하실이 잠기고, 도심의 낮은 지대에 차량이 잠기고 학교 운동장이 잠겨서 통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청주로 내려오는 고속도로엔 비가 왔었다는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여행가기 전에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물 부족에 대비해 생활용수 물을 아껴 쓰라는 메시지를 들을만큼 가뭄이었는데 홍수라는 날벼락이 무엇이란 말인가.

비하동과 복대동 일부 저지대 지역이 침수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물에 잠겼고, 서부지역을 흐르는 가경천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일부 지역에는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으며 사직동, 복대동, 오송읍, 옥산면 일대에는 정전 피해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청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무심천 청남교 수위가 범람 위험 수위인 4.5m를 육박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 상습 침수구역인 충북대학교 정문 인근 지역의 상가는 침수됐고 가게에 있던 가구와 식재료, 음료수까지 도로로 떠내려 오며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런데 홍수나기 사 나흘 전에 “청주시가 지난해 설치한 우수저류시설이 도심지 침수를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게릴라성 폭우에도 끄떡없다"라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공사를 시작한지 1년 6개월 만에 개신지구 우수저류시설을 2016년 5월 준공했다만 준공 당시 청주시는 “빗물 1만3천700㎥를 임시로 저장하도록 설계됐다"며 “50년 강우빈도로 설계돼 시간당 80㎜ 폭우에도 침수를 완벽하고 안전하게 막을 수 있다"고 밝혔는데도 폭우로 개신지구 우수저류시설은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많은 집중호우 대비를 했다지만 자연 앞에 무릎 꿇은 인재들임에 틀림없다.

지구 온실 효과로 빙산이 자주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 수위가 높아지면 대기의 온도변화가 생기고 기류의 흐름도 바뀌면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만남장소도 바뀌어 지엽적인 홍수 지역을 예측치 못해  자연 재해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일본의 대지진, 중국의 홍수로 인한 산사태 미국동부지역의 대홍수 등 자연에서 오는 재해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면서 자연의 순환과정에 편승해 살아왔다. 다시는 겪지 않으려고 또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막아내려고 도전해왔다. 물은 높은데서 낮은 데로, 많으면 빨리 흐른다.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재해를 막기 위한 각종 공사도 큰 안목을 가지고 진행해야지 바로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는 쪽으로 가면 언젠가 더 큰 재앙이 온다는 것이 순리이다. 이번 도심 속의 홍수는 우리 인간의 세상을 밝게 만드는데 공헌하는 자세를 가르쳐주리라 믿으며 또한 백년대계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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