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자연으로 물들이기

▲ 참가자들이 예쁜 색을 주는 자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어린 참가자들이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체험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당 90㎜가 넘게 쏟아지는 빗물로 인해 도시 곳곳이 침수되고 하천은 범람했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재해는 다른 곳의 일도, 먼 훗날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홍수의 피해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를 기상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안전한 대비책을 만드는데 지역사회의 힘과 지혜를 모아갔으면 한다.

전날인 토요일 오전, 생명문화체험마당 ‘자연아 놀자’ 일곱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주제는 ‘자연으로 물들이기, 천연염색’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찾아서 느껴보고, 자연적이며 전통적인 염색방법을 배워보자는 취지였다. 지금은 대부분 합성염료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색상을 내지만 예전에는 오로지 자연에서 찾아낸 자연염료를 가지고 색상을 만들어 냈다. 색을 만들었다기 보다 옮겨 왔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처럼 자연에서 얻은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 염료를 가지고 물을 들이는 것이 바로 천연염색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천연염색으로 물을 들여왔다. 쪽, 홍화, 치자, 소목, 감물, 황토 등 여러 가지 전통적 염색방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부드럽고 은은하며 자연스럽다는 것이 특징이다. 에코리더협의회 전숙자 회장께서 주강사를 맡고, 에코리더 임지은, 윤은영 선생님이 돕기로 했다. 전숙자 회장은 천연염색을 비롯한 자연체험프로그램의 전문가인데 자신이 직접 쪽물을 들여 만든 시원하고 멋진 모시옷을 입고 나와 분위기를 더했다.

염료를 추출할 자연의 재료가 무엇인지, 얻고자 하는 색상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염색의 방법도 다양하다. 염료를 추출하기 위해 끓이기도 하고 발효시키기도 한다. 같은 염료라 해도 매염제의 종류와 매염 순서를 달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대개의 공정은 추출, 착색, 매염으로 이루어진다. 식물의 줄기, 꽃, 열매, 흙, 광물 등으로부터 염료를 추출하는 것이 첫번째 공정이다. 추출한 염료를 가지고 실이나 천이나 옷에 물을 들이는 것이 착색이다. 담갔다, 헹궜다, 말렸다를 몇 차례 반복하는 과정이다. 매염은 염료가 천이나 옷에 달라붙도록 고정시키는 공정인데, 먼저 할 수도 있고 동시에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다.

먼저 손수건 물들이기를 시작한다. 염료로 쓸 재료는 소목나무, 치자열매, 홍화씨앗이다. 모두 한약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다. 소목과 치자는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쉽게 염료를 뽑아낼 수 있다. 홍화는 원래 발효를 포함한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실험적 의미에서 소목, 치자와 같은 방법으로 적용해 봤다. 에코리더 선생님들 주도하에 끓이고 걸러서 염액을 추출해 낸다. 추출한 염액은 각각 큰 고무다라에 옮겨 담는다. 하얀 면 손수건 하나씩 나눠가진 참가자들은 원하는 염료를 선택해 염색을 시작한다. 무늬내기를 위해 손수건에 고무줄로 홀치기를 한다. 염액에 담가 꼬물꼬물 정성껏 손으로 비벼가며 10분 넘게 물이 들게 한 후 꺼내서 물에 헹구고 바람에 말린다. 이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한 후 어느 정도 색깔이 나오면 백반이 녹아있는 다른 물그릇에 담가서 매염을 한다. 다시 헹궈서 말리면 끝. 소목은 여러 가지의 붉은색, 치자는 여러 가지의 노란색, 홍화는 노란색에서 붉은색 사이의 색깔을 냈다. 모두들 노란색과 붉은색의 사이에 있지만 조금씩 다른 은은한 색깔의 손수건 수십 장을 널어놓으니 꽤 멋지다. 어느새 천으로 된 가방, 모자, 아이들의 티셔츠, 바지를 꺼내 물을 들인다.

물들인 손수건을 바람에 말리는 동안, 이젠 봉숭아로 손톱 물들이기를 할 차례다.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전해 내려온 풍습이라 하는데, 요즘은 첫눈이 오기 전까지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망의 의미로 더욱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원리는 천연염색과 동일하다. 봉숭아 꽃과 잎이 염료이고, 백반이 매염제, 손수건 대신 손톱이 염색 대상인 것이다. 미리 따 놓은 봉숭아 꽃과 잎에 백반을 넣어 빻고 다진다. 반죽이 되면 손톱 위에 올려놓고 비닐로 감고 고무줄로 묶어 잘 고정시킨다. 에코가족들도 각자 소원을 정해 마음 속에 새겼다. 비닐은 집에 가서 풀기로 했다.

어느덧 마칠 시간이다. 모두 자신이 물들인 천연염색 작품을 들고 모여서 뽐내기를 한다. 파스텔 톤의 손수건들이 한데 모였다. 노란 손수건들은 나름 밝은 분위기를, 붉은 손수건들은 나름 따뜻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잘 어울렸다. 김은선 사무처장이 몇 사람에게 소감을 물었다. 여덟 번째 참여한 가족의 소감, 주말만 되면 아이들이 ‘자연아 놀자’에 가는 날이냐고 묻는다 한다. 자연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 인사를 외친다. “자연아 고마워~”. 하지만 바로 다음날 우리는 자연이 고맙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에코가족들이 물들인 손수건의 빛깔처럼, 밝고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홍수의 아픔도 서로 잘 보듬어 주길 바란다.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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