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자 청주시 오창읍 산단관리과 주무관

첫 출근, 어색한 검은 정장의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조심스럽게 낯선 근무지로 향했다. 공무원 임용장을 받고, 사무실로 돌아가 직원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사무실 환경, 내 업무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너무나도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신 직원들의 적극적인 가르침으로 서서히 직장생활에 적응해가며 그렇게 정신없이 한 달이 지나갔다.

첫 월급, 내 손에 쥐여진 월급명세서를 찬찬히 살펴보며 뿌듯해했던 그 날이 생각난다. 지치고 힘들었던 수험생활 끝에 사회에 첫 발을 디디고 값진 대가로 받은 그 종이 한 장은 여전히 우리 집 유리탁자 밑에 고이 보관돼 있다. 나는 소위 말하는 ‘공시생, 취준생’이었다. 

산불 담당자였던 신규 시절, 야밤에 원인 모를 대형 산불로 청원구청 전 직원이 비상 소집돼 산 속에서 하룻밤을 꼬박 지새웠던 일이 떠오른다. ‘봄 불은 여우 불’이라던가? 캄캄한 곳에서 여우가 제 몸을 숨기어 사방팔방에 나타나는 것처럼 불이 삽시간에 번져 가는데, 처음 보는 실제 광경이었다.

시뻘건 불을 보고 있자니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심장은 쿵쾅쿵쾅, 온몸이 힘이 풀려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을 것 같던 화재는 새벽이 돼서야 비로소 진화됐다.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 준 산불진화대원과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아침은 밝아오는데 그 당시 내 모습은 마치 팬더인양 다크 서클이 코끝까지 내려오고, 시커멓게 재로 범벅이 돼 웃기고도 슬픈 상이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서로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한편으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쳐다보고, 깔깔 웃으며 맛있게 빵을 먹었다.

이제 만 4년차에 접어들면서 해마다 들어오는 신규 직원들이 인사를 올 때면, 풋풋했던 나의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직속 선배는 책으로만 배운 나를 현장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도면을 보는 법부터 하나하나씩 알려주고, 민원인이 방문했을 때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팀장님 및 선배님들이 ‘짠’하고 등장하셔서 문제점을 해결해 주시곤 하셨다. 덕분에 머릿속에만 있던 지침들이 실무에서 잘 적용될 수 있었고, 지금은 선배들의 그 가르침으로 친절과 미소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공무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금도 담당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늘 따라 다니지만, 청주시의 공원 환경 정비와 녹지를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나에게 항상 힘을 준다. 직접 사업을 발주하고 관리하는 공간이 시민들에게는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된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모른다.

때로는 바쁜 업무에 지치고 머리가 복잡할 때도 많지만, 형형색색 터지는 꽃망울이며, 짙어지는 신록, 나무그늘의 시원한 바람을 맞노라면 다시 환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비록 계절별로 발주해야 할 사업들이 눈에 훤하게 보여 길게 즐기지는 못하지만 지금 나는 내 일을 즐기고 있다. 내가 이러한 직장에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있는 점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공익을 지향하고, 시민에게 많은 행복이 전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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