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윤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한방내과3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장기간 누적돼 발생하는 화병. 화병으로 인한 증상의 발생과 그로 인해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듯,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이 요구된다. 그 이유는 질환의 특성상 다른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발병의 원인이 생활상의 문제에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재발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화병은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 병합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우울증은 화병 환자가 겸해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의 저하와 포기 및 우울감은 화병 증상의 완화만으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병발 질환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또한 환경적인 요인이 질병의 주요 원인이므로,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적절한 생활 태도를 통한 예방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분노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화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분노 및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방법들의 지속적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적으로는 기공, 명상 등의 방법을 병행했는데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로 생각할 수 있다.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거나, 스스로 감정과 생활을 통제하기 어려운 사람에서 기공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화병으로 인해 적극적인 마음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명상은 동양의 오랜 수행방법으로 화병의 핵심 증상인 분노와 불안, 우울 등 심리증상의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방양생법 중에는 11가지 정신양생법이 있는데, 그 중 계노신발법(戒怒愼發法)과 이정역성법(移情易性法)을 소개하고자 한다.

계노신발법은 분노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것을 뜻한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먼저 분노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참는 것으로써 순간의 화를, 잊는 것으로써 평생의 화를 없앨 수 있다고 하였다. 분노는 대부분 고집으로 이어져 양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양보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정역성법은 주의력을 분산시켜 생각의 초점을 좋지 않은 정서로부터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주위 환경을 변화시켜 좋지 않은 자극의 원인과 접촉을 피함으로써 자아를 어떤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부정적 정서가 주위 환경과 관련돼 있을 때에는, 이러한 주변의 환경을 주체적으로 조정하거나, 특정 물품과의 접촉을 피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악기연주, 바둑, 서예, 그림, 낚시 등 활동을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는 음악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관리가 필수적이며,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 증상의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치료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질병의 발병과 치료 과정이 길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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