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전달보다는 생태적 감성 느끼고 나누다

▲ 가족들이 타일에 문암생태공원의 나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참가자 가족들이 그린 타일그림을 액자에 부착해 공동작품을 완성했다.

생명문화체험마당 ‘자연아 놀자’가 나오기 까지 오랜 여정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내가 체험교육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청주환경연합과 함께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때 부터다. 다섯 사람이 모여 생태탐사모임을 꾸렸다. 한 달에 한번 산, 계곡, 나무, 꽃, 샘 등 자연을 찾아 나서는 소박한 모임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역사문화분야에선 이미 답사문화가 활발해 지고 있을 때였다. 곧 자연생태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환경단체 실무활동가인 내가 주제와 장소, 안내를 전담했고 점차 돌아가면서 주관을 맡게 되었다. 가르칠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했던가, 탐사를 준비하고 모임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자연생태에 대한 상식과 감성을 키우고 쌓을 수 있었다. 2년 후 스무명 이상으로 늘어난 이 모임은 이름을 ‘푸른나무사람들’이라 정했다.

20~30대 젊은이들로 구성되었던 ‘푸른나무사람들’은 열정적인 모임으로 발전했다. 자신들이 찾아다니면서 경험했던 자연생태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엮어 시민들을 위한 ‘생태기행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소나무 기행, 동강 트래킹, 풀물들이기 등...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청주충북환경연합 생태문화탐방 ‘초록에 풍덩’의 기원인 셈이다. 생태문화 체험프로그램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지식의 전달 보다 생태적 감성을 체득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은 놀라웠고, 생태탐사모임 ‘푸른나무사람들’은 부설기구인 ‘생태문화센터’로 확대되었다. 청주환경연합의 독수리5형제라 칭했던 초기 멤버들이 핵심이었고 열정적이었던 이들은 몇 년 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이제 프로그램의 목적은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껏 생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되었다. 꼬맹이들을 안고 업고, 들로 강으로 산으로 바다로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순천만 갈대밭, 신두리 사구, 월정사 전나무숲, 내성천 모래하천, 서울 하늘공원 등… 이러한 성과들이 축적되어 체험교육전문기구인 환경교육센터 ‘초록별’을 결성해 운영하게 되었다. 또한 생태안내자 그룹 ‘자연의 친구들’과 엄마들의 ‘환경육아모임’이 만들어졌다. 가족이 프로그램의 참가자이고 엄마아빠가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생태탐사와 환경육아가 자연스레 하나로 뒤섞여 어우러졌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24절기 내내 다른 내용으로 감성과 추억을 키워줄 수 있는 체계적인 생태문화체험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키우게 되었다.

2004년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 보전운동에 올인하고 난 직후 청주환경연합과 충북환경연합의 조직운영 상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조직운영에 있어 대대적인 정비와 변화가 필요했다. 두 가지로 방향을 잡았다. 하나는 생태문화프로그램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민환경센터를 만들자는 것, 또 하나는 조직체계를 정비해 제대로 된 시민환경단체로 거듭나자는 것이었다. 이후 청주충북환경연합으로 통합하고 회원 500플러스 운동 등을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확대했다. 시민환경센터 건립사업은 부채전시회, 1천개의 초록벽돌쌓기 등 모금사업을 펼쳤으나 직접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2010년 이후 청주시와 함께 협업을 거쳐 생태환경 체험교육 및 실천협력의 전문시설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를 건립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생태적 대안문화를 창출하고자 설립된 (사)풀꿈환경재단이 에코콤플렉스의 운영을 맡았다. 그러니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의 ‘자연아 놀자’ 프로그램은 지난 20여년의 산물이기도 하다. ‘자연아 놀자’와 ‘초록에 풍덩’은 같은 말인 셈이다.

지난 주말에 열린 7번째 프로그램은 ‘자연을 담은 타일그림 그리기’였다. 여느 때와 달리 생태공작실에서 펼쳐졌으며 진행은 김은선 사무처장과 에코리더 임지은, 김희정, 신경순 선생님이 맡았다. 요즘은 체험교육에 필요한 재료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 편리하다. 체험용 타일과 그림펜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린 뒤 전자렌지에 잠깐 구우면 지워지지 않는 그림 작품이 된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그려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잘 구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가족들은 두 가지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하나는 문암생태공원의 ‘못생긴 나무들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나무액자에 가지런히 부착해서 에코콤플렉스 시설 내에 전시할 예정이다. 나무액자는 나무가구 체험을 도와주고 있는 고마운 목수, 장완동 선생님이 만들어 주었다. 나머지 하나는 가족을 위한 그림이다. ‘우리 가족을 닮은 자연물 그림’이다. 환경과 생명을 사랑하는 에코가족들의 소중한 기념품으로 남을 것이다.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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