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고 한다. 우리의 미래를 이어갈 존재이기에 소중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교육하고 보호해야 한다. 어린이의 건강과 행복을 축복하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고 휴일로 지정했다. 어린이날이면 도로가 막히고, 놀이공원은 북적인다. 그날만큼은 아이들의 소원을 잘 들어주는 날이고, 나름 자유가 주어진다. 그래서 여기저기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평소보다 커진다.

그 곳엔 어린이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평상시든 어린이날이든 마찬가지다. 어린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 초등학생은 1~2명에 불과하고, 그들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어 떠나버리면 더 이상 마을엔 어린이들이 사라지게 된다. 대신 80세가 넘은 고령의 노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주민들은 20년, 아니 당장 10년 뒤를 걱정한다. 이러다가 마을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하고 한탄한다. 30~4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더 많았고, 초등학교 운동회가 마을의 잔치였던 곳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아이들이 북적인다. 유치원, 학교, 학원에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가방을 챙겨서 학교로 가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오면 숙제와 공부 그리고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부모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든다. 부모와의 대화 시간은 하루에 10분도 넘지 않고, 그나마 숙제하고 책 읽고 뛰지 말라는 잔소리가 전부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사라져간다.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은 부모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며칠 전 다녀온 대청호 상류에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어린이를 볼 수 없었다. 마을에서 젊은이 축에 드는 60세 가까운 이장님은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마을일로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닌다. 어린이는 마을에서 희귀한 존재로 대우 받지만 그들은 곧 부모와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갈 것이다. 힘든 농사일도 60세 전후의 젊은이(?)들이 담당하고, 나이든 80세 어르신들은 지난 밤 내린 비로 부쩍 커진 잡초를 뽑기에 힘이 부친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마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깨끗한 자연환경도 점점 사라져간다. 한 곳은 아이들이 없어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고, 다른 한 곳은 아이들은 넘치나 즐겁지 아니하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필자는 요즘 이 두 가지의 심각한 불균형에 대해 고민한다. 도시와 농촌의 인구구조에 대한 심각한 불균형, 상수원 보호를 위해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곳에서 오히려 심해지는 오염문제. 전혀 관계없고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왔던 이 두 가지 문제는 현장을 둘러보고 알아갈수록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떠나 웃음이 사라진 농촌, 아이들은 북적이지만 즐겁지 않아 웃음이 사라진 도시는 다른 듯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아이들을 농촌으로 보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라고 엉뚱하고 현실성 없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너무 많아 경쟁에 지친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쉼을 주고,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주며, 또래가 아닌 어른들과의 접촉의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 속에서 잃어 버렸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은 그저 헛된 희망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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