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훈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최근 가뭄지역의 수중보 수문의 개방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문제로서 수중보의 개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수문에 의해 흐르는 물이 정체돼 오염물질이 축적되고 조류가 발생한다는 논리이며, 수문의 개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가뭄이 심각한 상태에서 수문을 개방하면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아까운 물을 버리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수문의 개방과 유지를 말하는 양쪽 의견 모두 일리 있게 들린다. 결국 정부에서는 일부 보의 수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인공수문을 설치해 물을 저장하는 것은 수량 관리의 측면인 가뭄에는 유리하고 수질 관리 측면인 녹조에는 불리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꼭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청주시의 상수원인 대청호를 근거로 알아보자. 대청댐은 1981년 완공된 대표적인 다목적 댐으로 청주·대전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의 용수 공급, 홍수 조절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잉여 저수량을 이용한 발전시설의 가동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다목적댐의 특성상 여러 목적이 항상 조화롭게 운영될 수는 없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과 전력을 생산하는 수자원공사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하천에서는 조류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수문을 개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다목적댐을 상수원수로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에서는 가능한 높은 댐 수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청주시에서는 금년 초 수자원공사에 대청댐 수위를 높게 유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는 높은 수위에서는 선택 취수를 통해 조류의 영향이 적은 하부층수를 취수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력생산과 장마 등의 수량통제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 결국 금년도에는 예년보다 약간 높은 수위를 유지해 가뭄으로 인한 걱정도 없고 조류로 인한 수돗물의 영향도 없는 상태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가뭄과 홍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상이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있으므로 물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16개 수중보를 설치한 것은 현실이다. 사업 시행 당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의사결정 방식이나 사업시행의 절차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로 수중보의 운영과는 별도의 문제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설치한 수중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국민의 정서나 감정으로 풀어 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수중보의 운영은 철저하게 전문가에게 맡겨져 과학적 시스템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 가뭄과 홍수 등의 수량적인 측면과 수질 오염과 녹조 발생의 수질적인 측면에서 정부가 중심이 돼 물 관리 분야의 전문가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장·단기적인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실제적이고 과학적인 운영 매뉴얼을 작성해 관리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작성된 매뉴얼에 의해 단기간의 시행착오는 감내하고 착실히 관리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여 운영함으로써 막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해 건설한 수중보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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