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리 청주시 청원구 건축과 주무관

건축은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나아가 우리 삶 자체이며, 누구나 익숙하게 누리는 일상의 일부이다. 인간의 일상을 위한 역할을 할 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어렵고 특별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건축을 처음 학문으로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건축은 무엇인가 특별하고 복잡해야하며,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만 우리와 동떨어져 어렵고 수학적이고 철학적이어야만 하는 학문이라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가 건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건축이라는 것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사는 집 하나 짓기 까다롭고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

또한 건축물을 만들어 가는 이와 이를 이해하려는 이 사이에 놓인 소통 장애는 우리가 건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건축물을 짓기보다는 그때의 유행하는 스타일로 공장처럼 찍어내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건축에 대한 거리감과 우리의 인식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필자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항상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비슷한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고 개인이 살기 위한 집보다는 투자를 위한 집과 상가들이 더 많이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겪었던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일은, 한 달 전 건축 승인이 나 건축물대장이 만들어졌는데, 건축물 철거·말소 신고가 들어온 것이었다.

너무도 쉽게 집을 짓고 너무도 쉽게 허무는 것이 우리가 건축물을 사고파는 부동산 가치로만 생각하지 않고 있나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다.

잠시 기거하면서 되팔아 입지 좋은 곳, 아이들의 학군, 더 큰 집으로 옮겨가며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투기적 재화, 우리가 건축을 단순한 투자 수단으로 물리적이고 기능적 시설로서만 인식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혹자는 살기 위한 공간과 필요한 기능과 크기만 갖추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머무르고 생활하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일괄적으로 찍어내는 공간이 아닌 나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축을 만들어 가는 이들이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기능과 크기와 모양만을 갖춘 건축물이 아닌 쾌적하고 안전하며 건축주들이 좀 더 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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