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에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켰던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의 돛단배가 출발했다. 그러나 집권초기라서 그런지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인사 청문회에서 인준 문제로 돛이 흔들리고 있지만 곧 물결이 잔잔해지고 순조로운 항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은 고위공직자의 청렴성과 자기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자질을 철저히 검증한다는 것이어서 가장 이상적일 수도 있는 멋진 공약이다.

그렇지만 청백리의 상징인 조선 세종 때의 황희 정승과 같은 청렴결백한 인재는 모래알 속에 진주를 찾는 것만큼 어쩌면 오늘날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원칙중 ‘도덕적 흠결'은 있으나 현실성인 미약한 위장전입은 구제 기준을 제시하여 조금 완화해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공직자의 준법정신은 철저해야하는 원칙은 벗어날 수 없다. 

우리나라가 분단 국가여서 국방의무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병역을 마쳐야 함에도 고위공직자 대다수가 본인은 물론 자식까지도 징병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으로 군복무를 마치지 않았다.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고 서민들만 나라를 지킨 셈이 된다. 

조선시대에는 문과(文科) 시문(試問)의 한 가지인 시무책(時務策)을 묻는 책문(策問)이란 시험이 있었다. 이 시험은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왕 앞에서 치르는 전시(展試)이다.

오늘날 인사청문회와는 다소 형식이 다르지만 관직에 처음 발을 들여 놓는 수험자에게  국가의 비전에 대해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눈 열정의 대화여서 그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왕은 인재등용, 문예부흥, 민생과 복지, 균형발전 등 모든 국정 현안에 대한 조선 최고의 인재들이 내놓은 대책에서 이들을 검증했고 함께 시대의 문제를 고민했다.

책문을 보면,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에서부터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에 대해서 외교관의 자질과 올바른 교육 방향, 국가 위기 타개책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대책(對策)을 가감 없이 제시했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과 비교해 보아도 시대적 차이만 있지 현상은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시대 책문정신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국 정치와 사회의 난맥상을 해결할 만한 효과 있고 유효적절한 대책에서 지혜를 얻고 최고의 인재를 찾았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동안 국무위원이 자리잡기까지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갈듯 하다. 이후에도 새 정부는 초기 집권 때부터 잘해보려는 초심(初心)이 지속돼야 하고 비방과 칭찬이 사실을 어지럽히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제 우리 역사에서 과거 정부의 실책(失策)이 거듭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나라를 통치하는 이들은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지 않도록 두려워하며 선정(善政)을 베풀어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은 정치이념과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유능하고 정직한 정치적 파트너로서 인재발탁에 신중을 기해 행복한 복지국가를 이룸에 힘써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