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마음의 온도-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마음의 온도-언어의 온도
  • 충청매일
  • 승인 2017.05.23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민정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단순하고 심플한 보라색 표지에 작게 쓰인 제목 ‘언어의 온도’는 부담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책의 부제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글귀는 표지만큼이나 간결하게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고 있었고 나는 금세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이기주 작가는 과거 신문기자로 근무하다 현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엿듣고 기록하는 것을 즐겨하는데, 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글로 표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람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글에 절절한 사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의 전작 ‘오늘은 내 생에 가장 젊은 날’ 또한 이렇게 우연히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엮어 책으로 낸 것이다. 언어의 온도를 읽고 이기주 작가의 매력을 느꼈다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일상의 소중함이 곳곳에 들어있는데, 작가는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 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길 독자에게 요청한다.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 언어의 온도를 되짚어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한다.

‘언어의 온도’는 1부 말(言), 2부 글(文), 3부 행(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간결하고 여백이 느껴지며 평범한 내용 속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작가는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고,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주는 효과가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는 감정이 잔뜩 실리게 된다. 말하는 사람을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기도 한다. 얼음같이 차가운 표현도 상대의 마음을 얼게 해 관계를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들 언어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떠난다면 ‘말의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건 아닐까? 한두 마디 말에 누군가 마음의 문들 닫았다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생각이 잘 녹아든 책 속 구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이 쿵 내려 않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기주 작가는 일상에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의미를 찾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러한 마음을 가지면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 구절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삶의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배우게 된다.

우리의 언어의 온도는 나를 향한, 상대를 향한, 세상을 향한 우리의 마음의 온도에 의해 결정될 것 같다. 따뜻한 봄볕처럼 우리의 언어도 따뜻함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