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환경 문제 대중의 관심 이끌다

▲ 세상을 해부하듯 하나하나 파헤쳐 직설적인 글쓰기로 세간의 화제를 모으는 오동진 영화평론가. 고려대학교 사학과 출신으로 기자 생활, 영화주간지 편집장,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2016년에 발간한 ‘작은 영화가 좋다’에서는 언론과 권력의 폭력, 자본의 폭력, 인간의 본능, 예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제 : 영화는 늘 시대를 말한다)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극장에 들어갔다가 2시간 후 나오면 조금, 많이, 혹은 확 바뀐다는 점이다. 영화는 위험하고도 중요한 매체이다. 선댄스 영화제를 자주 간다. 이 영화제는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창구로, 헐리우드와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선댄스 영화제엔 매년 1천300편의 영화가 온다. 하루 4~5편의 영화를 보면 1주일이면 25편정도 보고 온다. 다 볼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작년, 올해의 흐름을 보면 난민, 기후변화, 환경이다.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올해 본 영화중 불가리아에서 온 ‘The good postman’ (2016, 토니 슬라브흐리스토프 감독)이 있다. 핀란드 감독이 불가리아에 가서 전문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비전문배우를 기용해 마치 다큐처럼 찍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민을 받는 문제로 평범한 늙은 할아버지 우체부는 시장선거에 나간다. 여자시장, 양아치, 우체부의 삼파전은 컴퓨터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르는 할머니에게 컴퓨터를 사준다는 공약을 내는 등 코믹하게 그려지는데, 선거결과 현재가 좋다는 여자시장의 당선으로 끝난다. 양아치는 1표를 얻는데 “어떻게 엄마도 안 찍어”하는 대사가 코믹과 현실정치를 잘 풍자한 기막힌 정치영화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는 쿠데타를 제압하고, 종신대통령으로 가기 위한 질주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터키식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터키에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Eye in the sky’ (2015, 개빈 후드 감독)란 영화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작전사령관은 런던에 있고, 비행기를 조정하는 사람은 네바다의 시뮬레이션박스에 있으며, 드론을 띄워 표적미사일을 사용해 IS를 죽인다. 지금의 전쟁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런데 드론이 뜨는 곳이 터키이다. 터키정부에 압력을 가할 경우 드론기지가 폐쇄될 수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 때문에 터키의 문제에 눈을 감는다.

●영화와 환경

‘Chasing Coral’(2017, 제프 올오우스키 감독)가 있다. 생물학자, 다이버가 참여하는 호주, 칠레 등지에 네트워크를 만들어 산호를 추적하고 몇 년간 작업한 결과물을 꼼꼼히 기록했다. 자연환경이 망가지고 있는 이때, 젊은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마음이 변화의 기초가 된다. 아이들이 바다속을 유영하 듯 놀며 자기문제로 풀어가는 영화다. VR(Vertual Reality)모드로도 6분 정도 찍었는데 카메라 테크닉도 훌륭하다. 잘 찍은 영화이다. 환경문제는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증폭시킬 수 있다. 이 둘을 연계시키는 인문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

대학 영화과 강의를 하면서 1학년과 조지클루니의 ‘Good night & Good luck’(2005)을 보게 됐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매카시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다른 매체와 연대가 필요하다

책, 영화 등을 연결할 수 있는 연대의 운동이 필요하다. 딸이 26세인데,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내 딸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사장인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30년 후 지구가 멸망할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퇴임하는 20년까지는 괜찮으니까 그냥 간다. 관성적으로 간다. 이야기의 공동체적 과정을 통해 연대해야 한다. 자기가 가진 배경을 바탕으로 하나로 모여야 한다.

정리/김경중 청주충북환경연합 회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