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다
그때는 몰랐다
  • 충청매일
  • 승인 2017.05.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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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기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고 한 것처럼 꽃향기 가득한 지금 무심천변에는 각종 봄꽃이 만개해 상춘객을 유혹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살던 곳은 무심천과 가까운 모충동이었는데,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며 가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돌이켜 보면 그때의 기억 속에서는 몰랐던 조그마한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 깊은 일이었다.

그때도 이맘때쯤이면 온갖 꽃이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무심천은 형형색색으로 변화를 거듭했지만, 그 시절엔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 주변에 이처럼 소중한 것들이 있고 그것의 소중함을 왜 몰랐는지 시간이 흘러 그 시절이 나에게 왜 그토록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누군가 나에게 어느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딸들이 네다섯 살 때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사회에서 직장 선배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를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선배가 대답했던 말이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이 될지는 몰랐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일까?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지금의 내가 있는 이곳, 이 시간,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나중에는 나의 소중한 추억이고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carpe diem’.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영어로는 Seize the day 또는 Pluck the day)’로 번역되는 라틴어(語)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진 용어로, 영화에서는 전통과 규율에 얽매이기 싫어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고 본다.

키팅 선생은 영화에서 이 ‘carpe diem’이라는 말을 통해 미래(대학입시를 통과하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라는 미명 하에 청소년기인 현재의 삶(학창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현재 학생들이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자주 외쳤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보람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엮어내고 시간이 흘러 한번쯤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정말 후회 없이 살았노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도록 오늘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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