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작년은 기술,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에서 무척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변화의 속도가 가속되어 인류가 원하던 풍요의 세계에 더욱 가까워지는 듯하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이내로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이미 컴퓨팅, 센서,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이 산업 전반과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 시작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가 의지했던 많은 낡은 가정들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된다. 이제 우리는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데이터 수집, 처리와 예측 업무에 관련된 일자리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동화되기 어려운 전문 일자리는 의사결정, 계획, 인간의 상호작용, 창조성과 관련된 업무 등이다. 따라서 혁신 분야나 창조 분야에서는 인간이 계속 기계를 능가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업무 자동화의 영향은 많은 문제를 가져온다. 이들 국가에서는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노동집약적 노동에서 기본 소득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많은 사무직이 곧 자동화된다. 기술의 발전은 전체 경제를 성장시키는 반면 미래 일자리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인 메트라마테크의 연구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산업용 로봇 100만개는 자동화, 전자공학, 재생에너지, 로보틱스, 식품과 음료 분야에서 거의 300만개에 이르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처럼 기술은 더욱 생산성이 높은 노동력, 더 높은 경제 성장,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지금의 변화는 18세기 후반 산업혁명과 많은 면에서 닮았다. 수동 생산이 공장 대량생산으로 옮겨 가면서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나중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그동안 사람들은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상당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다. 아마존은 창고 작업의 상당 부분을 로봇에게 맡겼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차는 수백만 명의 운전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종이와 디지털 문서 검색을 담당하게 되어 상당수의 법률 관련 일자리들이 사라지게 된다. 조만간 자동화된 의학 진단이 여러 분야에서 의사들을 대신하게 된다. 유일한 피난처는 마케팅, 경영, 전략 그리고 첨단 기술과 같은 독창적인 분야들이다. 미래에는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생겨나겠지만 잃어버린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으며 모든 것은 갈수록 더 좋아질 수 있다. 세상은 더 좋은 쪽으로 변화 중이고, 모두를 위한 풍요는 분명 가능하다. 그렇지만, 다음 세기에는 창의적이고 높은 수준의 분석적 일자리조차 안전하지 않다. 이미 인공지능은 음악을 작곡하고, 영화 대본을 만들고, 뉴스 기사를 쓰고 있다. 구글과 같은 회사들은 인공지능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르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사람들의 ‘높은 수준’의 일자리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와 삶은 어떻게 변모할까? 우리는 결국 소득을 위해 일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을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이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소득 여부에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조건이 없는 일정 금액의 돈을 받는 미래의 사회보장 형태이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노동이라는 개념이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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