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윤 청주시 행정지원과

올해 초 ‘워킹맘 과로사’를 계기로 아이를 가진 직장여성들의 고충이 연일 보도된 사건이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아이 셋을 가진 여성공무원이 육아휴직 복귀 후 일주일만에 과로로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다섯 살과 이제 막 10개월이 된 두 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이 사건이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안타깝게 여겨졌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자주, 심하게 아프다. 감기는 계속 달고 살기 때문에 열이 오른 아이를 간호하다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두 아이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느라 내 입에 밥 한술 떠 넣을 시간이 없다. 그렇게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하면 이미 방전된 상태가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오는 수많은 육아정책과 직장여성을 위한 모성보호 정책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은 왜 고통맘(?)으로 살고 있을까?

이러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적용 받고 있다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 조차도 좋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건 다름 아닌 눈치가 보여서이다.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까, 승진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고민하며 한 번도 모성보호 정책을 활용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12개월 미만 자녀를 둔 여성공무원에 하루 1시간의 육아시간을 주는 특별휴가제도를 신청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침의 10분은 오후의 1시간 보다 더 귀하다. 그렇게 아침에 한 시간을 번 나는 처음으로 우리 딸들과 웃으며 출근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직장에서의 반응은 내 두려움과는 반대로 매우 긍정적이었다. 과장님은 그런 어려움을 왜 진작 상의하지 못했었는지 안타까워해주셨고, 동료들은 출근 전까지 내 업무를 대행해 주는 등 따뜻한 배려가 이어졌다.

그래서 감히 제안하는 건데, 우리 스스로 ‘행복한 워킹맘으로 살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준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결코 나를 위한 제도가 될 수 없다.

노동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했던 전태일만큼은 아니더라도 워킹맘의 고충을 직장에 알리고 배려를 받는 시도가 계속 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우리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다.

물론 사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여성들에게는 더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 워킹맘도 웃으며 일할 날이 올 것이란 것을. 하지만 그날을 위해서는 스스로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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