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지금 세계는 머지않아 공업용수는 물론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각종 개발과 기상이변 등으로 수자원 고갈과 이로 인한 재앙이 닥쳐올 것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물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신성시 했으며 병을 치료하는 약수로도 지혜롭게 활용했다. 이에 ‘동국천품'에 수록된 우리나라의 유명약수 열 한 번째 소개는 아래와 같다.

경북 상주(尙州)의 북쪽 9리(현 문경시)에 농천(農泉:산북면 석봉리)이 있다. 운달산(雲達山) 아래 조동(鳥洞:새골부락)이 있는데 바위에 뚫린 굴에서 샘이 나온다. 봄이 되면 조금 솟아 곡식을 심을 밑천으로서 옮겨 심기에 넉넉하다. 지나치게 농사를 짖는데 물을 대는 것이 많아 만족하고 가을에 추수를 할 때 다시 농천이 마른다. 현재는 김룡사(金龍寺) 내에 약수가 있는데 이 샘이 농천인지는 잘 알 수 없다.  

함경북도 북청(北靑)의 성동(城東)에 감천(甘泉)이 있다. 맑고 상쾌함이 보통이 아니다. 아자(啞者:벙어리)가 마시면 말을 하고 또한 눈병을 고친다 한다. 상수도 시설이 좋지 않던 1800년대 전후로 북청 물장수들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서울의 물장사 상권을 장악했는데, 북청의 물을 떠다 판 것은 아니었다.

함경북도 회령(會寧) 백두산 정상에 신분지(神?池:天池)가 있다. 사람이 이 물을 마시면 벽적(癖積:뱃속에 뭉치 같은 것이 생기는 병)이 트여서 그 효과가 15일에 이른다. ‘동국명산기’에 의하면 대택(大澤:큰 못)은 신분이라 부르며 고봉 가운데에 있다. 산록은 올라갈수록 험준하며 대택에 이르면 물결이 잔잔하고 꽉 차서 맑고 맑아서 그 푸른 빛깔이 파초(芭蕉) 잎과도 같다. 12봉우리가 이것을 둘러 싸고 안쪽은 모두 깎아 세운듯한 절벽이며 붉고 누르고 푸른 색깔들이 사이에 끼여서 눈부시게 아름답다. 위는 넓고 아래는 좀 좁으며 동쪽에 돌사자가 있어서 황인령(黃引嶺) 서쪽에서 바라보면 크기는 지붕 같고 그 꼬리와 윗수염이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 바깥부분은 창백하며 혼연히 한 큰 덩어리의 수포석 (속돌)으로 엉기어 뭉친 것이다. 그 깊이는 50길이나 되고 둘레는 약 40리쯤 된다. 북쪽 하늘이 뚫어진 것 같으며 딱 벌어져서 문을 이루었고 못이 넘쳐 흘러내려 흑룡강 물줄기를 이루었다

평안북도 운산읍 답상리 운산(雲山)의 동쪽 40리 온정천(溫井川) 가까이에 온정(溫井)이 있다. 운대산에서 나와 영변부의 사탄으로 들어가는데, 곁에 온천이 있다. 또 약수(藥水)는 군의 서쪽 30리에 있으며, 물이 얼음같이 차서 온갖 병을 고친다.  이 온천은 난소기능 부전·피부염·말초 및 중추신경 계통의 질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 운산부인요양원(雲山婦人療養院)이 있다.

평안남도 양덕군(陽德郡)의 객관 앞에 대천(大泉)이 있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다. 또한 통동리에 있는 약수터는 발견 연대는 잘 알 수 없으나 오랜 옛날부터 이 지방주민들에 의하여 소중히 이용되어 왔다

오늘날 물은 모든 생명체에 있어서 생명수나 다름없다. 귀중한 수자원을 보호하여 산천 곳곳마다 맑고 깨끗한 물을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동국천품에 수록된 우리나라의 유명약수에 관한 글은 열한 번째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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