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라고 태초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내린 첫 번째 명령은 무엇을 의미할까? 4대강사업으로 전 국토를 엉망으로 만든 기독교 장로 이명박은 이 명령을 따른 것일까? 진화론에서 본다면 4대강사업 같은 생태계 파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의 저항력과 지속성을 저해시켜 인류의 멸종을 앞당기게 하는 장기적인 자멸행위이다. 물론 창조론 측면에서도 당연히 하나님의 본뜻에 역행하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든 호모사피엔스로부터의 진화 생명체이든 지구에 존재한 이후로 줄곧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서로 관계하고 경쟁하며 변화하는 과정(진화 또는 변이)의 과정을 거쳐 왔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후손을 번식하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행동하고 진화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종의 경쟁자들과 관계를 맺어 왔는데, 서로는 적인 동시에 진화과정을 촉진시켜서 지속성을 유지시켜주는 공생의 관계 즉, 공진화 과정을 함께해왔다. 생물종의 다양성과 같은 종 내에서의 다양한 특성은 경쟁이나 생존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증대시켜왔으며,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이러한 경쟁을 수 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극복한) 종들인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 따르자면 병원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공격에서 (저항력을 갖지 못하여)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그 공격에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생물의 도움으로)살아남은 인간들에게 생태적 자리를 양보해 준 셈이다. 의학적 치료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적 저항력을 키우는 것은 당장의 질병 또는 사망률을 떨어뜨리지는 못하지만, 저항력을 보유한 자손들의 번성을 위해 이러한 생태적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제품화 된 의약품과 항생제 등에 의존하여 비슷한 저항특성을 가진 인간이 증가하게 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 항생제로도 저항할 수 없는 진화된 공격체에게 훨씬 더 많은 인간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며, 어쩌면 인간이라는 종에게 대멸종이라는 치명적 위기가 닥쳐올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고등화 된 생명체일수록 외부 변화나 공격에 대한 적응(진화)의 주기가 길기 때문에 어떠한 급격한 변화(기후변화 등)에서 그 종을 지속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저등생물이나 식물들은 쉽게 공격당하고 죽지만, 몇 세대가(아마도 몇 년) 지나면 그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보유하고 살아남았던 개체의 수가 예전처럼 다시 번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그 중에서 저항력을 보유한 후손이 태어나고 번성하기까지에는 수 십에서 수 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훨씬 더 취약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크게 번성하지만(2050년에 약 94~100억명으로 예상) 그 이후로 급격하게 멸종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적게 유지하지만 지속가능한 길을 갈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계란 세는 단위는 꾸러미인데, 볏짚 주머니에 10개씩 나누어 담는 지혜가 담겨져 있다. 하나님의 명령대로 인간이 지속적으로 번성하기 위해서는 한 바구니가 아니라 여러 꾸러미로 나뉘어져야 하며, 이것이 생물종 다양성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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