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주인공 헤이즐은 16살 소녀로 말기암환자이다. 폐에 존재하는 암세포로 인해 코에 산소튜브를 착용하고 산소탱크를 끌고 다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TV프로그램 ‘아메리카 넥스트 탑모델’을 챙겨보는 시니컬한 유쾌함을 잃지 않는 소녀이다. 어느 날 그녀는 암환자들의 모임에서 소년 어거스터스를 만난다. 암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유머러스한 그에게 헤이즐은 호감을 느낀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고 무는 행위를 ‘잇새에 죽음의 물건을 물고 있으면서도 그 죽음을 행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는’상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년과 ‘유기체가 사라진 다음에도 세상은 존재할 거야. 이런 필연적인 망각이란게 걱정된다면, 그냥 무시하라고 충고하겠어’라고 말하는 소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거스터스와 헤이즐은 함께 ‘장엄한 고뇌’란 책을 읽으며 가까워진다. 결말을 맺지 않고 끝난 ‘장엄한 고뇌’의 작가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나지만 고대하던 작가와의 만남은 최악이었으며 기분전환을 위해 찾아간 ‘안네프랑크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안네의 집’ 꼭대기에서 열렬히 키스를 나눈다.

암스테르담에 가기 전까지 헤이즐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어거스터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그에게 거리를 뒀었다. 자신을 ‘수류탄’에 비유하며. 그러나 그들의 사랑에 이별을 드리운 것은 헤이즐이 아닌 어거스터스였다. 병세의 악화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하루하루 무너져가는 어거스터스의 곁을 지키며 헤이즐은 그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또 속삭인다.

병이 무서운 것은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통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몸의 쇠약은 최소한의 존엄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거스터스는 자신의 죽음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숭고한 희생이나 명예로운 것이길 바랐다. 하지만 병이 재발하고 그는 자신의 죽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상징이던 담배를 입에 무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헤이즐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애쓴다.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는 사랑이야기이다. 비록 죽음이 너무나도 가까운 소녀와 소년이 주인공인 사랑이야기이지만 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유쾌하고 순수하다. 그들의 사랑을 읽으며 ‘이런 불운한 상황에서도 서로 상처주지 않고 아름답게 사랑하는 모습을 봐, 이런 점을 본받아야해!’ 따위의 감상은 할 수가 없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가 죽음은 암과의 싸움에서 패배해서가 아닌, ‘모든 것을 만들었다가 없애려하는 우주의 욕구’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이 암으로 국한되는 것을 경멸하고 두려워했다. 이 책은 그저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이며 독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살짝 엿본 것뿐이므로 웃고 울고 감동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유쾌하고 가슴 먹먹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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