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표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추운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돼 날씨가 풀리니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이른 새벽에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오전 수업을 들으러 갔지만,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부신 햇살이 비쳐 따스한 공기를 느끼곤 했었다. 그 따뜻함을 가만히 느끼고 있으면 긴 겨울방학의 끝을 실감하고,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한 봄이 왔음을 새삼 느끼곤 했다.

얼마 전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밖에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그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학교 졸업 후 몇 년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무척이나 반가운 감정이어서인지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이는 아마 신규 공무원이 돼 맞이한 첫 봄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지난 1월, 나는 제2의 인생을 맞이했다. 서원구청 세무과에 신규 발령이 난 것이다. 새 학기가 되면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한다. 같은 이유로 나는 새로운 사람들, 업무, 규칙들 속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렇지만 너무 정확하게 하려니 효율이 없었고, 신속하게 하려니 실수를 하기 마련이었다. 여러 민원을 처리하면서 나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높은 업무 이해와 친절함이었다. 민원인의 백 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불평이 신규인 나에게는 너무 뼈아팠다. 불평은 나의 업무 미숙으로 인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의 업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융통성 있는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업무 이해에 큰 비중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는 세무과에서 지방세 과오납금 환급 업무와 자동이체 업무를 하고 있다. 환급금이 발생하면 납부자에게 환급 신청 통지서를 보낸다. 통지서를 받은 납부자가 환급을 신청하고 나는 환급금을 납부자의 계좌로 돌려준다. 돈을 돌려주는 업무를 하다 보니 환급 신청 민원을 받을 때마다 과분한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 그리고 방문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상대하게 되는데 대부분 시종일관 미소로 나에게 문의를 해주신다. 이렇게 고마움을 전달받을 때마다 나는 정말 큰 힘을 얻는다. 동시에 내가 더 친절해야겠구나, 더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야겠구나 하는 것을 다짐한다.

일을 하면서 소통의 중요성도 실감하게 됐다. 민원인은 물론이고 과 직원들, 다른 과 직원들, 협력업체까지 소통이 안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소통은 도움을 주고받는 일의 연속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말하려하고 원하는지 귀 기울이지 않으면 착오가 생기고 모두가 고생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내 이름 뒤에 붙는 ‘주무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색함뿐이었다. 사전 상에서 주무관은 ‘어떤 사무를 주장하여 맡아보는 관리’라고 나온다. 그 뜻을 곰곰이 되뇔 때마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몰려온다. 주무관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옆의 선배 공무원들이 여유 있게 일처리를 하시는 것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이 분명히 뒷받침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후배공무원이 나를 봤을 때 이와 같은 감정이 들 수 있도록 언제나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를 생활화하는 사람이 돼야겠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새로운 동료선배님들, 시민들과 소통을 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공시 공부를 하며 그토록 원했던 기분 좋은 바쁨이다. 올해 봄은 유난히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내가 잊고 있었던 학창 시절 봄의 생기를 이곳 서원구청에서 다시 찾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나서 자란다는 뜻의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는 말이 있다. 3월의 봄볕을 받으며 나의 얼마 안 된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니,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나의 모습도 그 만물 중에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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