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채화 중국 산동교통대학교 한국어 전임강사

창가에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이 포근하다. 이따금 훈훈한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새움이 트게 하려고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엷은 낮잠에서 깨어나 세월의 흐름이 내가 선택을 당한 것이 아니라, 선택한 길이라는 것을 되새겨 보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작년 8월말에 이곳 중국 산동성 제남시에 소재한 산동교통대학교에 와서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의 규모는 학생 수 1만7천명에 교직원이 1천500명 근무하고 있는 거대한 대학이다.

지난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올 때의 일이다. 제남시 야오창 공항에 도착해서 디디(택시의 일종)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숙소까지 200위안(약 3만8천원정도)에 가기로 운전기사와 구두 약정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요금을 지불하니까 20위안(3천800원정도)을 더 요구하는 것이다. 분명히 200위안에 오기로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고속도로 통행료를 달라는 것이다.

나는 약정내용과 다른 바가지요금이므로 줄 수 없다고 하니까 기사가 언성을 높이며 큰 소리 치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중국인 5∼6명이 모여 들었다. 자기들끼리 소근 거리면서 비웃기도 하다가 조금 후에 운전기사는 욕설을 하는 것인지 큰소리를 치면서 가버리고, 주변사람들도 헤어졌다. 내심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와 관련된 생각이 들어 분하기도 하고 너무나 기분이 상했다.

요즘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중국에 거류하는 재외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우리나라 외교부나 주중대사관 또는 영사관 등에서 보내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받는다. 그래서 저녁 이후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보복조치를 취하는 형태는 앞으로 더욱 거칠고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럽게 반중 감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갑 질을 일삼는 중국을 향해 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튼 사드 배치는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사드 문제가 사라지는 날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신입생 군사훈련이나, 전원 기숙사생활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욕설과 폭행 등으로 교권이 무너져서 되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의 교육제도에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업무능률을 높이고자 점심시간을 활용해 낮잠을 자는 제도나, ‘함께 행복을 공유(共享)한다’는 슬로건으로 자전거 공유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중국의 한 단면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옛말에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하나의 계란이 깨지면 다른 계란들도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계란을 하나의 바구니(중국)가 아닌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아메리카 등 여러 개의 바구니에 나누어서 담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곳 대학교 정원에 매화나무가 활짝 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얼어 붙었던 대지에 다시 봄은 움트고 있다. 우리들 안에서도 새로운 봄이 움 틀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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