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
  • 충청매일
  • 승인 2017.03.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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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순환 청주시 청원보건소 보건행정팀장

누가 이분을 98세 노인이라 하겠는가. 또렷한 발음에 조용하면서도 유장한 목소리. 두 시간 내내 논리 정연한 강연, 담담한 호흡….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유레카 포럼에서 들었다. 1920년생. 윤동주 시인과 중학 동기동창이기도 하신 분. 아직도 책을 내고, 강연 요청이 많은 ‘국민 철학자’. 최근에는 책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와 ‘백 년을 살아보니’를 냈다.

 

콩나물에 물 주기와 인생 황금기

“20대에는 50대를 바라보며 계획하고 50대에는 80대를 생각하며 계획해야 해요. 콩나물시루는 물을 계속 줘도 빠져나가지만 그런 중에도 콩나물은 자라요. 그러니 계속 물을 줘야죠. 그런데 대부분 나이 50쯤 되면 콩나물에 물을 안 줘요. 공부도 안 하고 책도 안 읽고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죠. 그리고 물에 콩나물 담가 놓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그러면 썩어요. 인간 수명이 늘어서 성숙됐다는 말을 들으려면 60은 돼야 해요. 75세까지는 성장도 하고 생산적인 일도 가능해요. 창조적인 능력도 발휘할 수 있죠. 그래서 친구들과 정의를 내렸죠. 인생 황금기는 60부터 75까지라고요. 75세쯤이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그래도 콩나물에 계속 물을 줘왔으면 85세까지는 연장될 수 있어요. 안병욱 선생이나 김태길 선생도 보면 85세까지는 계속 성장하더라고요. 안병욱, 김태길, 두 선생 모두 고인이 됐지만요.”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것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위는 직장과 정치공동체로 돼 있는데 성공과 보람도 직장과 사회에서 이뤄지고 행복의 조건도 그 안에서 좌우되지요.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첫째로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해야 합니다. 자신이 불리할 때 배반하고 헐뜯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둘째는 동료를 비방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해요.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화를 깨뜨리고 약점이나 무능을 이용하곤 합니다. 셋째는 편 가르기 하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말아야 해요. 우리가 세월호 사건 후에 안전사고가 줄었나요? 교통사고, 음주운전이 줄었나요? 그 어린 학생들을 잃고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뤄나가야 할 것들은 안 하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편 가르기 하고 모두 ‘네 탓’이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지도자는 나보다 유능한 인재를 찾아서 밀어줘야 합니다. 자식 성장이 부모의 행복이잖아요. 제자의 성장이 교수의 행복이잖아요. 유능한 인재 발굴로 사회가 더불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행복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 남기기

“신앙이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간이 종교적 신앙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이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은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가에서 평가받아야 해요. 마음을 남겨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해요. 미국 LA 가까이에 있는 리버사이드에는 세 사람의 동상이 있어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동상과 도산 안창호 선생님 동상, 그리고 인도의 간디 수상입니다. 그곳에 그분들의 동상이 왜 있을까요. 모두 인류의 인권, 자유, 독립을 위해 마음을 다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갖은 고생을 하며 공부한 것을 알았던 그곳 사람들이 고국에 돌아가 고국의 독립과 발전을 위해 몸 바친 도산의 마음을 기리는 것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걱정하던 사람은 퇴직 후에도 일을 하더이다. 마음으로 더불어 살면서 행복하더이다!”

 

98세 김형석 교수님의 꼭두새벽 강연은 60을 코앞에 둔 내게 큰 일갈이 됐다. 나의 황금기는 이제부터라니. 나는 나의 황금기를 위해 날마다 물 주고 가꿔 왔던가. 더불어 살리라.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아주 근시안적인 삶에 머물렀음을 비로소 깨닫는, 정신이 번쩍 드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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